대체 불가한 오랜 내공을 담아 세계 음악사를 아우르는 레퍼토리를 탐구하며 데뷔 65주년이라는 귀중한 해를 맞이한 대한민국 대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20세기 피아노 협주곡 두 곡으로 찾아옵니다. 꿈 꾸는 듯한 프랑스 색채가 돋보이는 드뷔시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과, 헝가리 민속음악을 음악사의 주요한 혁신으로 재탄생시키며 동유럽의 강렬한 정통성과 20세기 음악의 자유로운 서정성을 동시에 선보였던 작곡가인 버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 3번입니다. 이 두 작품은 더 없이 상반된 분위기와 어법으로 한자리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듭니다.
백건우는 그동안 뮌헨 필하모닉, 드레스덴 필하모닉,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러시아 국립 스베틀라노프 심포니 등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뿐만 아니라 여러 국내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무대를 통해 폭넓은 그의 음악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여러 협연 공연 외에도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통해 해마다 한 작곡가를 선택해 그의 작품을 파고들며 깊은 음악세계를 선보였는데, 2008년 메시앙, 2011년 리스트, 2013년 슈베르트, 2015년 스크랴빈과 라흐마니노프, 2017년 베토벤, 2019년 쇼팽, 그리고 2020년 슈만을 선보여 큰 감동을 선물했습니다.
지휘자 최희준의 지휘봉 아래 개최될 이번 <백건우 버르토크 협주곡>에서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주 무대로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고 있는 한국 대표 오케스트라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릅니다. 백건우가 선보인 지난 65년의 음악 중에서도 아직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그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프로그램]
리하르트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서곡
클로드 드뷔시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
클로드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벨라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
[프로필]
백건우
피아니스트로서의 행보를 시작한 지 올해로 65년,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에서 수차례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백건우.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피아노 연습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곡에 도전하는 그를 사람들은 ‘건반 위의 구도자’라 부른다.
1969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장래가 기대되는 피아니스트’라는 심사평과 함께 특별상을 수상한 백건우는 1971년 뉴욕 나움부르크 콩쿠르에서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두었다. 1974년 런던 위그모어홀, 1975년 베를린 필하모니홀 등에서 독주회를 가졌고 일로나 카보스, 빌헬름 켐프, 귀도 아고스티 같은 대가들을 사사하며 꾸준히 음악에 정진했다. 1987년 BBC 프롬스 폐막무대에 초청받아 BBC 심포니와 협연했고, 1991년 5월에는 폴란드 TV로 중계된 ‘프로코피예프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안토니 비트가 지휘하는 폴란드 국립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프로코피예프의 5개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했다. 1992년 1월 스크랴빈 피아노 작품집으로 디아파종상을 수상했으며, 1993년에는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집으로 디아파종상을 포함한 프랑스 3대 음반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며 연주에 전념하고 있는 백건우는 예술적 업적을 인정받아 200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화 기사훈장’을 수여받았다. 2007년과 2017년, 8일 동안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리사이틀 무대를 선보이며 뜨거운 성원을 받았고, 2019년 2월,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쇼팽 녹턴 전곡 음반을 발매하며 15개 도시에서 <백건우와 쇼팽> 리사이틀 투어를 성료했다. 2020년에는 슈만 음반 발매와 <백건우와 슈만> 리사이틀 전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희준
지휘자 최희준은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지휘과에서 디플롬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하고 드레스덴 국립음대 개교 이래 최초로 지휘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그는 독일 전 음대 지휘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위, 바트 홈부르크지휘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최희준은 그간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예나 필하모닉, 카셀 국립 오케스트라, 브란덴부르크 국립 오케스트라, 라인란트 팔츠 국립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으며 뮌헨 국립 가극장, 하이델베르크 오페라하우스, 안나베르크 오페라하우스 등에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비롯한 다수의 오페라 공연을 성공적으로 지휘했고 라인스 베르크 궁 가극장에서 요른 아르네케 작곡의 을 세계 초연하며 베를린의 주요 일간지인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로부터 “연주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지휘”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오더 슈프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의 총감독 및 지휘를 맡았으며, 작센 주립극장의 부지휘자로서 다수의 오페라와 발레를 지휘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부천필하모닉, 대전시립교향악단, 광주시립교향악단, 대구시립교향악단 등을 객원 지휘했고, 제41회 난파음악상을 수상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를 역임했고, 현재 한양대학교 지휘전공 교수 및 제7대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재직 중이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1985년에 창단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오페라·발레 등 다채로운 장르를 아우르며 국내 교향악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연 100여 회 이상의 연주로 국민의 문화향수권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코리안심포니는 영화부터 게임, 온라인 공연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클래식 저변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또한 뉴미디어 시대에 맞춰 국내 오케스트라 중 첫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진출과 4K 영상과 3차원 다면 입체 음향 녹음을 기반으로 한 고품질 아카이빙을 통해 새로운 감상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핵심인 ‘연주자-작곡-지휘’ 세 분야의 미래 육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문 오케스트라 연주자를 교육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아카데미’, 작곡가 육성을 위한 ‘작곡가 아틀리에’, 전 세계를 무대로 차세대 지휘자를 발굴하는 ‘KSO국제지휘콩쿠르’ 등 클래식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