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 대륙을 들썩이게 한 환상의 페스티벌!
   



[ 2011년 10월호 ]
 
2011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대륙을 들썩이게 한 환상의 페스티벌!

세계 최고 지성인들의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올해 주제는 ‘인간’. 작년의 주제인 ‘자연’과 대비되도록 포스터도 여성의 얼굴을 부조로 만든 슈테판 발켄홀의 작품으로 제작했다. <2011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상연되는 오페라들도 모두 ‘인간’을 테마로 한 것이었다. 휴머니즘에 대해 노래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 스트라빈스키의 <밤꾀꼬리>와 차이콥스키의 <이올란타>, 아버지가 황제를 위해 발명한 불로장생의 약을 대신 먹고 337년을 산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야나첵의 <마크로풀로스 사건>, 베르디의 <맥베드>, 그리고 인간의 욕정을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음에 담은 모차르트의 다 폰테의 대본에 의한 최고 히트작 세 편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여자란 다 그래>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욕심과 휴머니즘을 적나라하게 대비시킨 작품들을 선정했다.



구트 연출의 다 폰테 3부작 총출동, 인기스타는 단연 무티
그동안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다 폰테 3부작, 즉 2006년 <피가로의 결혼>, 2008년 <돈 조반니>, 2009년 <여자란 다 그래>(코지 판 투테)를 순차적으로 완성해 선보였던 연출가 클라우스 구트의 작품을 금년에는 처음으로 한꺼번에 선보였다. 세 작품에서 공통으로 깃털, 거대한 나무와 숲 등 자연을 배경으로 삼은 구트의 연출에서 자연은 이성을 뛰어넘는 인간의 동물적 욕망을 대변했는데, <피가로의결혼>에서는 흰 천사가, <여자란 다 그래>에서는 검은 천사가 주인공들의 성적인 욕망을 부추겼다. 특히 8월 13일에 본 <피가로의 결혼>은 대단히 완성도가 높았다. 알마비바 백작 역의 바리톤 사이먼 킨리사이드가 완전히 극을 지배하며 이끌어나가 피가로 역의 짙은 음영의 베이스 바리톤인 에르빈 슈로트가 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역할이 작아보일 정도였다. 청아한 음성으로 아리아 ‘자 연인이여,이리로 와요’를 부른 소프라노 말리스 페테르센의 목소리는 수잔나에 적격이었다. DVD에서 안나 네트렙코가 부른 수잔나를 뛰어넘는 가창으로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2009년과 2010년 돈 조반니를 불렀던 크리스토프 말트만은 현대판 <여자란 다 그래>(8월 15일)에서 굴리엘모를 노래하면서 검은 천사로 분장한 노철학자 돈 알폰조 역의 보스코부스와 쟁쟁한 바리톤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모차르트 다 폰테 3부작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연주였다. <피가로의 결혼>은 로빈 티치아티가 지휘한 계몽주의 시대 오케스트라가, <여자란 다 그래>는 마르크 민콥스키가 지휘한‘레 뮈지시엥 루브르’가 시대악기로 연주를 들려줘 모차르트 당대의 음악을 오페라 하우스에서 듣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안겨주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작품은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한 베르디 오페라 <맥베드>였다. 이미 작년 11월 티켓이 오픈하자마자 매진되었던 이 작품은 공연 당일 ‘표 구함’ 이라는 푯말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공연이기도 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노래 경연장으로 친숙한 펠젠라이트슐레를 무대로 고집한 연출가 페터 슈타인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 고풍스런 의상과 연출로 요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는 보기 드문 고전적 연출을 선보였는데, 덩컨 왕이 맥베드의 성에 등장하는 장면과 말콤의 군대와 맥베드의 군대가 전투를 펼치는 군중 신이 박진감 있게 펼쳐졌다. 젤리코 루치치는 깊이 있는 심리묘사로 운명에 끌려가는 맥베드를 노래했고, 타티아나 세랸의 레이디 맥베드는 무대를 압도했으며, 두 사람의 2중창은 드라마틱하면서 깊이 있는 심리묘사를 보여준 베르디 성악예술의 진수를 유감없이 발휘한 가창이었다. 베르디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는 리카르도 무티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잘츠부르크에서 무티의 존재는 마치 생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지휘하던 카라얀을 연상케 했을 정도로 그는 이번 페스티벌의 주인공이었다. 무티 하면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화력 좋은 포효를 연상하지만 그가 얼마나 불과 함께 이성적인 절도와 절제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얼음 같은 존재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 <맥베드>(8월 16일)와 베르디 <레퀴엠>(8월 14일)이었다. 무티의 지휘봉 밑에서 숭고한 장엄함으로 충만한 레퀴엠은 한편의 ‘거대한 죽음의 오페라’와도 같았다. 객석 양옆 사이드에도 천상의 트럼펫 소리를 배치한 무티의 아이디어가 돋보였고, 이미 베르디 <레퀴엠>으로 성가가 높은 메조소프라노 올가 보로디나와 베이스 일다르 압드라자코프 부부(러시아), 소프라노 크라시미라 스토야노바(불가리아), 테너 사이미르 피르구(알바니아) 등 빈 필과 함께 연주한 동구권 4인방은 베르디 <레퀴엠>에 최적화된 캐스팅이었다.

틸레만 지휘봉에 청중은 숨죽이고, 네트렙코는 아름다웠다!
크리스티안 틸레만은 무티와 함께 이번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는 지휘자였다. 이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을 이 알프스 자락의 도시에서 연주해 격찬을 받은 틸레만은 요즘 최고의 바그너, 슈트라우스의 권위 있는 해석자답게 슈트라우스의 <마술피리>라 불리는 <그림자 없는 여인>에서 빈 필과 함께 화성의 향연을 벌이면서 탐미주의의 극치를 들려주었다. <그림자 없는 여인>을 연출한 크리스토프 로이는 이 영계와 속세를 오고가는 오페라의 배경을 혁신적으로 오페라 극장으로 바꿔 등장인물들이 리허설하는 장면으로 극을 시작했다. 결국 황후가 부인의 그림자를 강탈하지 않고 끝까지 대의를 지키자 마지막에는 모두 제 위치로 와서 훌륭하게 빈소년합창단과 네 명의 솔리스트들이 오스트리아 국기가 걸린 공연장에서 행복하게 공연하는 결말로 마무리를 지어 오스트리아인들의 애국심도 자극하면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특히 염색장이 바락의 부인 역을 맡은 소프라노 에블린 헤르릿지우스는 훌륭한 발성, 빼어난 연기력과 무대를 압도하는 시원한 성량으로 틸레만과 단 둘만 청중들이 발을 구르면서 환호하는 격찬을 받았다.

카렐 차펙 원작, 야나첵 오페라 <마크로풀로스 사건>은 13일 밤 9시부터 봤는데 전혀 쉬지 않고 11시까지 두 시간을 논스톱으로 달렸다. 시종일관 법정 재판장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 극은 아름다운 젊은 여성과 할머니가 담배를 피우면서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매우 코믹한 장면으로 시작했는데, 크리스토프 마르탈러는 반복되는 등장인물들의 동작을 통해 영화적인 기법으로 시간과 인간사의 반복성을 설득력 있게 연출해냈다. 역시 근현대음악에 정확하고도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는 지성적인 지휘자 에사 페카살로넨의 음악이 예리하게 청중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안나 네트렙코가 빠질 수 없다.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된 <밤꾀꼬리>와 <이올란타>에서 네트렙코를 만날 수 있었다. 이보르 볼턴이 지휘한 스트라빈스키의 <밤꾀꼬리>에서는 러시아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율리아 노비코바가 ‘밤꾀꼬리’ 역을 마치 새처럼 정교하게 소화해냈고, 2부에 연주된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오페라이자 동화인 <이올란타>에서 네트렙코는 눈먼 공주 이올란타 역을 노래했는데 상대역인 보데몽을 부른 테너 표트르 베차와와의 2중창은 눈앞에서 다시 두 사람의 메트 <루치아> 프로덕션을 보는 듯 강렬했다. 이올란타의 아버지인 르네왕 역에는 세계적인 베이스 존 렐리아가 열창을, 로베르트 역에는 알렉세이 마르코프가 당당하게 노래했는데 역시 마르코프의 단단하고 자신감 넘치는 통렬한 가창은 일품이었다. 네트렙코는 역시 오페라 극장의 최고 프리마 돈나였다. 그녀의 앞이 보이지 않는 연기와 열렬한 가창은 찡한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주었다.

신예와 중견 오케스트라 총집합!
콘서트로는 역시 지구상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빈필과 베를린필이 주인으로서 손님맞이를 했고, 게스트 오케스트라로는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세 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인 구스타프 말러 유스 오케스트라,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와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치렀는데 웨스트 이스턴은 4일 간의 내한 공연 이후 바로 잘츠부르크로 와서 공연을 했다. 이 외에도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한 시카고 심포니가 풍부한 사운드로 잘츠부르크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켄트 나가노가 이끄는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는 마리아 조앙 피레스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기도 했다. ‘제5의 대륙’ 이라는 현대음악과 퍼포먼스가 만나는 프로그램도 8개의 공연으로 진행되었고, 말러의 해를 맞아 말러 시리즈가 9차례나 열렸다. 여섯 차례의 실내악 공연을 통해 바이올리니스트 야니네 얀센, 리사 바티아슈빌리, 하겐 쿼텟,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가, <리트 콘서트>를 통해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레이프오베 안스네스, 표트르 베차와와 언드러스 쉬프, 사이먼 킨리사이드와 피에르 로망 에이마르가 짝을 이뤄 깊이 있는 독일 가곡의 세계를 들려주었다. 리사이틀로는 피아니스트 미츠코 우치다와 그리고리 소콜로프, 아르카디 볼로도스, 마우리치오 폴리니, 파질 사이,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뮬로바, 랑랑과 바딤 레핀, 미샤 마이스키가 함께 한 트리오 공연, 요요마와 캐스린 스토트의 듀오 리사이틀도 열려 주목을 끌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모차르트가 빠질 수 없다. 모차르트 마티네 공연에서는 오보이스트 알브레히트 마이어,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 플루티스트 에마누엘 파위의 공연이 열리는 등 세계 클래식 최고의 별들이 올해에도 잘츠부르크에 모여 즐거운 음악 대결을 펼쳤다.



글 _ 장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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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범은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한 후 월간 ‘객석’ 기자를 역임하고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문예진흥원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극작평론을 수료하고, KBS 클래식FM ‘음악풍경’, ‘생생클래식’ DJ를 거쳐 ‘장일범의 가정음악’ DJ를 맡고 있다. 공연 해설과 진행, 음악평론과 칼럼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공연장과 음악페스티벌을 순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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