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의 퍼블릭 아트 ⑭ 거리의 조각들; 알렉산더 칼더, 로버트 인디애나, 얼스 피셔
   



[ 2011년 10월호 ]
 
뉴욕의 퍼블릭 아트 ⑭
거리의 조각들;
알렉산더 칼더, 로버트 인디애나,얼스 피셔


이번 호에서는 움직이는 조각으로 유명한 알렉산더 칼더의 ‘Saurien’, 문자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테디베어를 통해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재현한 얼스 피셔의 ‘Untitled(Lamp/Bear)’를 소개한다. 맨해튼 미드타운 50가-60가에 설치되어 있는 이들 작품들은 뉴욕 현대미술의 현재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ALEXANDER CALDER,
ROBERT INDIANA AND URS FISCHER



뉴욕은 현대미술의 중심지라 불린다. 실제로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등 크고 작은 여러 미술관들이 모여 있는 미술관 거리(Museum Avenue), 모마(MoMA)라는 약칭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뉴욕현대미술관, 그리고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이 밀집한 첼시(Chelsea) 지역 및 기타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의 전시와 행사를 감상하다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들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이루어지는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적게는 수십 점, 많게는 수천 점으로 이루어진 대규모의 미술관·갤러리 전시와 달리, 아무런 기대도하지 않고 예정도 없이 바쁜 일상에 쫓기다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거리의 미술을 볼 때마다 뉴욕이라는 도시가 우리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곤 한다. 서울을 떠나 뉴욕에 온 지 5년, 이제 웬만큼은 다 알아버려서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고 지레 짐작하고 있던 나를 다시금 긴장케 하고 이곳저곳 기대에 찬 눈으로 둘러보게 하는 신선한 자극제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칼더‘Saurien’
뉴욕의 공공미술 이번 호에서는 이처럼 뉴욕 거리 곳곳에 설치된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맨해튼 미드타운(50가-60가)에 있는 조각 작품 세 점-알렉산더 칼더, 로버트 인디애나, 그리고 얼스 피셔-과 그 설치 배경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작품은 움직이는 조각(mobile)으로 유명한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미국, 1898-1976)의 작품과 그 배경이 되는 590매디슨 애비뉴 건물이다. 번화가의 중심인 맨해튼내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으로 여겨지는 57가에 위치한 590매디슨 애비뉴(Madison Avenue) 건물 입구에는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Saurien’이 설치되어 있다. 건물이 위치한 주소를 참고하여 명명된 590매디슨 애비뉴는 1983년 완공된 41층짜리 건물로, 뉴욕 내에서 여든한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설립 당시 IBM의 소유였던 건물은 시카고 출신의 건축가 에드워드 래레비 반스(Edward Larrabee Barnes, 미국, 1915-2004)가 디자인을 맡았다. 이 건물은 1994년 부동산 관리회사(E.J. Minskoff Equities Inc)에 매각될 때까지 IBM 본사 사옥으로 이용되었다가 현재는 매각된 새 회사에서 오피스 공간으로 임대하여 관리하고 있다.

알렉산더 칼더는 미국 펜실베니아 태생으로, 조각가인 아버지와 화가인 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칼더는 처음부터 예술가로서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는데, 대학(Stevens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의 전공은 엔지니어링이었다. 1919년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엔지니어링 관련 일을 계속하였으나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 1923년 뉴욕 아트스튜던트리그(Art Students League)에 등록하여 예술가로서의 행로를 시작하게 된다.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은 ‘모빌(mobile)’과 ‘스테빌(stabile)’의 두 형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모빌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조각을 의미하고 스테빌은 모빌과 반대로 한 곳에 정지하고 있는 조각을 의미한다. 움직이는 조각의 표현 방법에 있어서 칼더는 자신의 엔지니어링 지식을 기반으로 가는 철선을 이용하여 무게의 균형을 잡을 수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조각 작품을 선보였다. 그렇게 제작된 작품은 정지하고 있으나 바람 혹은 힘에 의해 움직이게 되고, 그러한 움직임에 따라 작품 역시 다양한 형상으로 변화되기도 한다. 그의 이러한 작품은 ‘움직임’을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선구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움직이는 조각인 ‘모빌’과 상반되는 비교적 큰 규모의 ‘스테빌’도 1950년대 후반부터 선보이기 시작했다.

밝은 오렌지색의 스테빌인 ‘Saurien’은 1975년 작품으로, 그 추상적인 형상은 작은 아치를 포함하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안을 통과해보거나 그 안에서 여기저기 바라볼 수 있다. 곡선의 아치 안에서 바라보는 도심은 직선으로 이루어진 빌딩숲에서 바라보는 풍경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어서 도심 속에 설치된 야외조각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곡선의 밝은 색감의 조각 작품은 진회색 빌딩 일색의 도심에 말 그대로 시각적인 생명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로버트 인디애나 ‘Love’
두 번째 작품은 55가의 6애비뉴에 설치되어 있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 ‘Love’이다.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미국, 1928-)는 미국의 팝아트(Pop Art)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Love’는 조각으로 제작되기 이전, 원래는 1965년 뉴욕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의 주문을 받아 제작된 크리스마스 카드용 이미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붉은색, 푸른색, 그리고 초록색의 세 가지 색상으로 쓰인 ‘Love’카드는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후 1970년대에는 미국 내 우표 이미지에 사용되거나 포스터, 티셔츠와 머그잔 문양에 이용되기도 하는 등 현재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여겨질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조각 작품으로서의 ‘Love’는 카드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1966년 뉴욕 스테이블갤러리(Stable Gallery) 전시에서 첫선을 보였다. 거친 표면의 알루미늄을 파내어 만들어진 ‘L’과 ‘O’의 두 글자가 ‘V’와 ‘E’위에 위치한 정사각형의 형상으로 평등, 균형, 그리고 조화로운 사랑을 의미하는 작가의 의도를 잘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제작 당시 베트남전으로 인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불거진 반전운동과 전 세계의 평화를 갈망하는 염원을 상징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는 1928년 인디애나 주 뉴캐슬 태생으로, 본명은 로버트 클락(Robert Clark)이었으나, 출신지의 이름을 따서 로버트 인디애나로 개명했다.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학사과정을 마치고(1953), 3년간 유럽 지역을 여행하며 경험을 쌓은 후 1956년 뉴욕에 정착하여 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팝아트의 또 다른 대표작가인 앤디 워홀이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주요 소재로 사용하였고,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만화 이미지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면, 로버트 인디애나는 글자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도안화된 신호체계(교통신호, 공공장소에 이용되는 신호) 등을 주요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얼스 피셔 ‘Untitled(Lamp/Bear)’
마지막으로 살펴볼 작품은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씨그램 빌딩(Seagram Building)의 비교적 넓은 면적의 공용 공간에 설치된 거대한 크기의 노란 테디베어 ‘Untitled(Lamp/Bear)’상으로, 비교적 젊은 작가인 얼스 피셔(Urs Fischer, 스위스, 1973-)의 작품이다. 작품의 총 무게는 20톤에 이르고, 최고 높이는 7미터를 조금 웃도는 거대한 크기의 테디베어가 밤이 되면 실제로 불을 밝히는 램프와 함께 설치되어 있다. 작품의 소재는 실제 작가 자신이 너무도 사랑하던 어린 시절 테디베어 인형을 모티프로 했다. 실제 인형을 모델로 스캔 작업을 거쳐 그래픽 프로그램(3D)을 이용해 거대한 크기로 확대한 후, 중국 상하이에 있는 공방에서 청동을 재료로 해서 조각으로 완성한 것이다. 거대한 크기의 작품이지만, 그 사실적인 표현은 누구에게나 존재했던 어린 시절 침대 맡에 놓인 램프와 테디베어 인형을 나타내고 있어 작가의 의도에 맞게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작품의 에디션은 총 석 점으로, 한 점은 파란색이고 나머지 두 점은 노란색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작품이 크리스티(Christie’s) 경매에 출품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2011년 5월에 예정된 경매에 대비해 그 한 달 전인 4월부터 6개월 예정으로(9월 말까지 설치) 맨해튼 미드타운을 대표하는 건물인 씨그램 빌딩의 전면에 설치하여 작품을 전시함과 동시에 다가올 경매를 홍보하는 역할을 함께 했다. 앞서 살펴본 두 개의 작품들이 거의 반영구적으로 설치된 작품인 것과 달리, 경매의 프리뷰 전시(일반적으로 경매과정에 있어서 경매에 출품된 작품을 미리 전시해놓은 그룹전)의 일환으로 야외공간에 한시적으로 설치되었다. 많은 매스컴에서 미리 예상한 이 작품의 낙찰 가격은 약 9백만 불(한화 약 110억 원) 정도였으나, 실제 낙찰 가격은 약 7백만 불(한화 약 84억 원)에 조금 밑도는 가격이었다.

작가 얼스 피셔는 스위스 출신으로 뉴욕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9년 뉴뮤지엄(New Museum)에서의 전시를 통해 미국 미술계에 소개되었고, 이번에 소개한 테디베어처럼 일상적인 작은 사물들을 거대한 규모로 확대하여 표현한 조각 작품으로 유명하다.




글·사진 제공 _ 박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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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희는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와 동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한 후, 표갤러리와 신세계백화점 미술관팀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하였다. 2007년부터 뉴욕으로 옮겨 뉴욕주립대에서 아트마켓을 공부하고 현재는 뉴욕미술에 관한 책을 집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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