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루노 무나리 Bruno Munari 展 : 무한상상 제공해주는 우리 시대 피터팬!
   



[ 2011년 10월호 ]
 
브루노 무나리 Bruno Munari 展
무한상상 제공해주는 우리 시대 피터팬!

2011. 10. 9(일) - 10. 30(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순수미술, 디자인, 건축 등 예술의 다양한 영역에서 독특한 상상력과 창조적 실험정신을 발휘해온 부르노 무나리의 작품들이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된다. 특히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창의적 오감을 열어주는 무나리의 그림책과 완구, 가구 등이 선보여 기대되는 전시이다.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는 생전 브루노 무나리(Bruno Munari 1907~1998)를 가리켜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고 불렀다. 브루노무나리를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미술가이자 건축가, 과학자, 기술자, 사상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에 빗대어 칭했던 이유는, 그가 남겨놓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과 업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브루노 무나리는 그가 태어난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청년 시절 마리네티(Marinetti), 데페로(Depero) 등과 함께 미래파(Futurism)의 일원으로서 미술과 조각 등 순수예술 분야에서 활동했고, 195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디자이너로서 오늘날 이탈리아 디자인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마에스트로 중 한 사람이었다.

예술의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창조영역
오는 10월 9일부터 10월 30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브루노 무나리 展>이 열린다. 2002년 5월 같은 장소에서 전시되었던 <브루노 무나리-넌센스 디자인의 마술사(Bruno Munari-Playful master of nonsense design from Italy)展>은 세계적인 거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존재를 국내 처음 본격적으로 소개했던 의미 있는 전시로 기억된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이던 1988년 밀라노의 한 서점에서 무나리가 지은 수많은 책 중의 하나인 ‘예술가와 디자이너(Artistae Designer)’를 처음 접한 이후부터 그의 열렬한 팬(?)이 되었고, 지금은 정신적 지주이자 멘토로 모시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번 전시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고 감회가 새롭다. 1998년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많은 비평가들은 저마다의 해석으로 무나리를 알고 있었으며, 그의 정체성을 한 마디로 규명하기가 쉽지 않음을 토로하곤 했다. “그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화가도 아니요, 그래픽 디자이너도 아니다. 그렇다고 포스터 제작가도 아니고, 쇼윈도 장식가나 스타일리스트도 아니다. 또한 수필가도 아니고 교육가도 아니요, 조각가도 아니다. 사진작가는 물론 영화감독도 아니고 시인도 아니다. 그는 어린아이도 아니요, 어른도 아니다. 노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청년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를 마법사나 요술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CLASSICI MODERNI’(mobili che fanno storia, Editoriale Domus, 1985)에서 묘사한 그의 프로필처럼, 무나리는 한마디로 간단하게 요약하기에는 어려운 너무나도 다재다능한 천재적 삶을 누리고 갔다. 독학으로 자수성가한 그는 타고난 재능과 호기심, 독특한 상상력, 끊임없이 이어지는 창조와 실험정신으로 일관된 작업을 펼쳐나갔다. 동시대의 다른 거장들처럼 거창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았
지만 인간적이고도 진솔한 자신만의 철학을 아낌없이 표출하였다. 무나리는 다양한 장르에서 광범위한 작업을 선보였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디자인을 자발적으로 연구하고 응용한 결과를 선보여 입지를 드높인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놀이를 통해 경험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그림책과 완구 등은 많은 이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 분야의 창시자라고까지 추앙받고 있다.

어린이에게 제공하는 유희의 공간
1950~60년대 이탈리아의 많은 디자이너들에게는 자신들의 프로젝트와 제품, 카탈로그 등에 어린이의 형상이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표현하고 작품의 모티프로 활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 있었다. 하지만 무나리의 어린이 친화적인 성향은 1930년대에 제작했던 ‘쓸모없는 기계’와 모빌 시리즈에서부터 이미 감지되었고, 1945년 그의 첫 번째 아동용 도서가 출간되는 등 진작부터 드러나 있었다. 1949년 이후 연속적으로 발표한 ‘읽을 수 없는 책(Libri Illeggibili)’ (필자는 이 책을 ‘디자인이 디자인을 낳는다’(두성북스 2010)에서 ‘읽지 않는 책’ 이라고 번역했다. 문자나 기호의 존재와 낭독의 가능성 여부를 중심으로 책의 성격을 분류하기보다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의미에서 기존의 번역과 차별화된 해석을 내렸다. 읽을 수 있고 없음의 문제가 아니고, 읽지 않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중요시한 선택이었다.) 시리즈와 1979년 발표한 ‘책 이전의 책(Prelibri)’은 미취학 어린이들에게 책을 하나의 오브제이자 장난감으로 취급하며 자연스럽게 오감을 동원하여 갖고 놀면서 책과 친하게 만드는 친구이자 도구로 기존의 개념을 넘어선 작품이었다. 1954년 ‘지지(Zizi)’ 란 이름의 원숭이 인형을 디자인하였고, 그 이듬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디자인상인 ‘황금콤파스(Compasso d'Oro)상’을 수상했던 경력으로 미뤄보아도 어린이야말로 그의 작품세계 전반에 걸친 주요 고객이자 영원한 클라이언트였다.

특히 1970년 디자인한 어린이용 가구 ‘아비타콜로(Abitacolo)’는 무나리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7~8세 정도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위한 이 가구는 스틸을 주재료로 한 메쉬(mesh) 구조체로서 침대, 책꽂이, 수납선반, 조명 등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다목적 가구이지만, 기능성과 합리적인 가격 이전에 어린이를 위한 꿈의 공간이자 안식처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그곳에서 공부하거나 명상에 잠기고, 무언가를 글로 쓰거나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거나 잠을 자고, 친구와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한 것이다. 가변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기에 사용자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쉽게 용도를 변경할 수도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적(私的)인 공간을 디자인하고 제공해준 것이다.

디자인 분야에서 무나리의 작품세계의 특징을 한마디로 집약해서 표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가 활동하던 동시대의 거장들과 비교해 큰 차이가 있다면 바로 작품에 깊게 스며들어 있는 재치와 해학으로 정의되는 디자인의 유희성이 아닐까 생각된다. 모든 장르에 걸쳐 복잡하기보다는 단순하게, 어렵기보다는 쉽고 재미있게, 직선보다는 곡선으로, 딱딱하기보다는 부드럽게, 강하기보다는 유연하게 오감을 동원한 자극을 통해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동기를 유발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창조를 유도하는 작품의 구성이 그의 독보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1977년 밀라노의 브레라(Brera)미술관에서 시작된 후 세계 도처에서 기획 유치하고 있는 어린이 워크숍(Children's Workshop)은 무나리의 기본 정서와 철학을 가장 분명하게 표현한 결과로서 어른들에게도 무한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보여지는 것에만 머물지 말고 존재하지만 항상 볼 수는 없는 그 무엇인가를 찾으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을 후원하고 있는 일본의 ‘고도모노 시로(こどもの城)’어린이 박물관은 1985년 개관과 함께 브루노 무나리를 초청하여 직접 체험을 위주로 한 어린이 워크숍을 유치했고, 그의 사후에도 지속적으로 무나리재단과 협조하여 어린이를 위한 미술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요즘 같은 하이테크 시대에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쏟아져나오는 첨단정보와 기술로 무장한 신제품들의 홍수 속에서 성장해가는 어린이들을 볼 때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핸드폰이나 MP3 등 I.T.제품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는 어린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해줘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피폐해져가는 어린이들에게 브루노 무나리의 따뜻한 마음과 손길이 필요한 때이다. 세상을 떠난 지 10년도 훨씬 지났지만 영원한 어린이 ‘피터팬’으로 살아갔던 그의 존재가 새삼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가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상상력을 무한대로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놀이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 놀면서 공부하고 성장하는 어린이들이 체험을 통해 지식을 얻고 창의력을 자극하는 최고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기회가 될 것이며, 예술, 특히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기성 디자이너들에게는 디자인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의미와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는 전기가 될 것이다.




글 _ 양영완
사진 _예술의전당 전시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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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완은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모교인 홍익대학교에서 조형대학장으로 있다. 브루노 무나리의 저서 ‘예술가와 디자이너’와 ‘디자인이 디자인을 낳는다’를 번역 출간했다. 이탈리아 유학 중 알게 된 브루노 무나리를 존경하며 그를 닮으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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