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쉬케나지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 : 가을, 우리는 아쉬케나지와 행복했네
   



[ 2011년 10월호 ]
 
아쉬케나지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
가을, 우리는 아쉬케나지와 행복했네

2011. 10. 12(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러시아 태생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아들 보브카와 함께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을 갖는다.
피아니스트로선 13년 만에 갖는 여섯 번째 내한 공연이다. 드뷔시와 풀랑, 라벨의 프랑스 인상주의 듀엣 곡과 스크랴빈, 보로딘의 러시아 낭만주의곡들로, 데카에서 녹음한 듀오 앨범의 수록곡들이 주요 레퍼토리 다수를 차지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애용한다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아쉬케나지’ 란 단어를 써본다. 관련된 기사를 비롯한 온갖 정보가 쏟아진다. 그 숱한 정보들 가운데 이 ‘아쉬케나지’란 단어에 꼭 붙어 나오는 연관 수식어를 뽑아 정리해본다. ‘전설의’, ‘위대한’, ‘믿을 수 없는’, ‘가장 사랑받는’. 아쉬케나지는 클래식 좀 듣는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전설적인’,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믿을 수 없는’ 연주를 보여주는 ‘가장 사랑받는’ 연주자이다. 여전히 건재함에도 전설로 불리는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나 피아노를 다뤄본 사람에게나 ‘피아노’에 얽힌 애잔한 추억을 갖게 해준 그가, 드디어 온다. 지휘자가 아닌 피아니스트로는 13년 만의 내한이라 표정관리가 안 될 만큼 반갑다. 그런데 이번엔 혼자가 아니란다. 두 명의 아쉬케나지란다. 아들 보브카 아쉬케나지가 동행한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 두 아쉬케나지 부자(父子)의 무대에는 과연 어떤 특별한 것들이 준비되어 있을까.

부자(父子) 아쉬케나지의 동행 연주
풀랑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스크랴빈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판타지’, 보르딘 <이고르 공> 중 ‘폴로베치안의 춤’, 라벨 ‘어미거위’, ‘라 발스’, 드뷔시 ‘린다 라야’. 아쉬케나지 부자가 준비한 무대는 위의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보다시피 프랑스 인상주의 곡과 러시아 낭만주의 곡들이다. 또한 다수의 곡이 이미 그들의 듀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다. 오로지 음반을 통해 접했던 곡을 ‘직접’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드디어 찾아온 셈. 게다가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는 2007년 공개 무대에서 솔로 피아노 연주 중단을 선언하지 않았던가! 이후 좀처럼 무대 위에서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노출하지 않았던지라 이번 무대가 우리에겐 소중할 수밖에 없다.

선명하면서도 산뜻한 기교가 넘치고, 투명하고도 따뜻한 기운을 띠고있는 아쉬케나지의 피아노 음색이 세계인들의 가슴을 흔들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9년 전인 1962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세계 최강으로 빛나던 그의 피아니즘은 구소련 정부의 간섭과 통제에 놓이게 되고, 이에 대한 반발로 1963년 그는 결국 영국으로 망명한다. 망명 후 그의 놀라운 피아니즘은 그야말로 화려하게 꽃을 피우게 된다. 다재다능했던 그는 1970년부터는 지휘에 입문, 1974년 지휘자로 첫 녹음을 하게 된다. 세계적인 악단 필하모니아, 런던 심포니, 로열 콘서트헤보,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작업했고,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체코 필, NHK 교향악단의 음악감독과 수석 지휘자를 역임했다. 콘서트와 리사이틀 피아니스트로 은퇴 선언을 한 이래 현재는 시드니 심포니, 유럽연합 유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지휘에 몰입하고 있다.

‘20세기 피아노의 전설’이자 ‘21세기 명지휘자’인 아버지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할 아들 보브카는 누구일까? 그의 네 명의 아들 중 장남이다. 모스크바 태생의 보브카는 아이슬란드로 이주해 6세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런던 바비컨 센터에서 리처드 히콕스가 지휘하는 런던 신포니에타 협연으로 데뷔했다. 영국의 유명 오케스트라와 자주 협연하고 있으며 솔로 및 실내악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클라리 네티스트인 동생 드미트리와 함께 결성한 유럽 솔로이스츠 앙상블에도 정기적으로 참가, 아버지와 함께 한 듀오 앨범과 자신이 결성한 트리오 녹음들이 각각 유명 레이블로 발매된 바 있다. 위대한 아버지 그늘에 가려져 자신감 넘치게 연주할 수 있을까? 솔직히 대부분의 시선이 아버지 아쉬케나지에게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매한 지성미가 돋보이고 사려 깊은 해석으로 이름 높은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선배 음악가로서뿐만 아니라 어쩌면 인생의 멘토로 삼고 있을 아들이 만들어내는 화음에 대한 궁금증이 우리를 더욱 이 연주회에 집중하게 만든다.

작은 체구지만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아우라를 가진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그가 아들 보브카 아쉬케나지와의 함께 하는 아름다운 음악 동행은 훗날 우리에게 특별한 ‘추억’이 될 듯 싶다. ‘그해 가을에는 두 아쉬케나지 덕분에 무척 행복했었지’ 라는 낭만적인 회상 장면을 원하는 당신이라면, 지금 이들의 동행에 살포시 동참해보자.

글 _ 정행순
사진 제공 _ 빈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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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행순은 3년 동안 KBS ‘클래식 오디세이’에서 작가로 신나게 일했다. 8년 동안 유럽음악여행을 다녔던 ‘기막힌’ 경험들을 널리 공유하고자 방송을 잠시 접고 책 쓰기에만 올인! 기막힌 경험들을 활자로 살려내느라 요즘 무척 고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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