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4회 서울세계무용축제 : 소극장 무대에서 즐기는 춤의 향연
   



[ 2011년 10월호 ]
 
제14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소극장 무대에서 즐기는 춤의 향연

2011. 10. 2(일)-1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가 14번째 축제의 막을 올린다. 16개국 40여 개 무용단 및 아티스트가 참여한 이번 축제는 9월 29일부터 10월 16일까지 예술의전당, 호암아트홀, 서강대학교 메리홀 등 주요 공연장과 카페, 공원, 광장 등 시내 구석구석에서 다채로운 춤의 향연을 펼친다.


울긋불긋 단풍이 거리에 색을 입히기 시작할 무렵이면 서울 곳곳을 매혹적인 춤과 몸짓으로 물들이곤 했던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가 14번째 축제의 막을 올렸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체코, 핀란드 등 총 16개국 40여 개의 무용단 및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이번 <서울세계무용축제>기간 중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총 7개. 올해 시댄스는 무용수의 호흡과 시선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자유소극장 무대를 통해 소극장 무용 프로그램을 집중 소개한다.

숫자 ‘8’이 지닌 신비와 비밀
7개의 프로그램 중 가장 시선을 끄는 작품은 10월 2일, 제일 먼저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독일 올덴부르크 무용단의 . 연필로 그리면 시작한 점에서 다시 끝나게 되는 숫자 ‘8’을 모티프로 하여 ‘8’이 지닌 역사적·문화적 의미와 비밀을 시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안무가 크리스텔 요하네센이 안무를 맡아, 인도의 신 시바의 팔은 왜 여덟 개인지, 창조의 ‘제8요일’은 어떤 비밀이 있는지 등 8이란 숫자가 던질 수 있는 다양한 질문과 해석들을 몸짓과 언어를 통해 그려낸다. 흥미로운 것은 작품의 내용만 숫자 ‘8’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8’이란 숫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대 위에 솔로와 듀엣, 4인무, 8인무가 이어지고 흩어지는 가운데 안무가와 무용수들은 ‘8’의 구성과 해체, 확대와 재해석을 구조적인 형식을 통해 보여준다.

이어 4일에는 ‘이방인의 노래’란 주제로 자신의 문화적 뿌리와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담은 두 편의 무용 작품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프랑스 파뚜미-라무뢰 무용단의 <만타>는 무슬림 문화권에서 성장한 안무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와 통제, 해방과 방종에 대한 이야기를 몸으로 풀어낸다. 또 유대계 미국인 무용수인 제시 자릿은 <나는 나의 연인>이란 작품을 통해 자신의 몸속에 내재되어 있는 문화적 정체성과 신체의 상관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한 편의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작품은 6, 7일 양일간 공연되는 <동유럽포커스>. 험난하고 고달픈 역사 속에서도 찬란한 문화예술의 꽃을 피워온 동유럽의 보석 같은 무용 작품들을 이틀에 걸쳐 집중적으로 만날 수 있다. 첫날은 폴란드 최초의 전문 현대무용단인 실레지아 댄스시어터가 자유와 독립에 대한 자신들만의 감성을 독특한 음악에 실어 표현한 <포르모사 올리바레스>를 선보인다. 다음 날에는 체코의 예술가집단 420피플이 마련한 두 개의 소품 <작은 시간>과 <이런!>, 그리고 루마니아의 현대 무용을 선도하고 있는 시리얼 파라다이스 무용단이 준비한 <수퍼 가브리엘라 - 솔로>가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인종과 문화를 뛰어넘는 소통의 몸짓
춤을 통한 다각도의 국제 교류에 힘써온 시댄스가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다국적 레지던트 합작 프로젝트의 결과물도 이번 축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각기 다른 국적의 예술가들이 5~6개월간 함께 생활하면서 만나게 되는 문화적 충돌과 갈등, 그리고 이를 넘어서는 이해와 화합을 공동 작업을 통해 확인하는 무대다.

9일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아시아-아프리카 댄스 익스체인지 2011>에서는 가나, 스리랑카, 중국에서 온 20대 중후반 무용가들이 한국의 포스트 에고 무용단과 함께 인종과 언어, 문화를 뛰어넘는 소통의 장(場)을 펼친다. 또 11일에는 한국의 안무가 신은주와 일본의 현대 무용가 수미 마사유키의 공동 안무작 <잃어버린 몸은 결코 꿈꾸지 않는다>를 통해 몸짓과 사유의 관계를 탐구한다. 13일에는 핀란드의 안무가 겸 무용수 시모 헤이스까넨의 <그림자 없는 남자>와 터키의 현대 무용단 탈단스의 <섹섹>,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한국인 안무가 이은희가 마코스 듀란과 호흡을 맞춘 <웁스!> 등 세 편의 소품을 통해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무용가들의 작지만 화려한 성찬을 맛볼 수 있다.

자유소극장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연이자 올해 <서울세계무용축제>의 폐막작이기도 한 핀란드 글림스 & 글롬스 무용단의 <청소부 아저씨 사이먼>이 15~16일 이틀간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북유럽 특유의 환상적인 주제와 스타일리시한 무대 양식을 선보이고 있는 글림스 & 글롬스 무용단은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 관객을 위한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는 무용 단체다. 청소를 예술로 바꿔버리는 한 청소부의 일상과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는 이번 작품 역시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무대로 꾸며졌다.

해마다 이맘때면 세계 현대무용의 흐름과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자처해온 시댄스. 올해 역시 동시대적인 호흡과 앞서가는 감각으로 무장한 세계 곳곳의 아티스트들이 현대 무용의 현주소를 펼쳐보인다. 하지만 매번 최첨단의 춤 경향 속에서도 시댄스가 대중성의 코드를 맞춰올 수 있었던 비결은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현대무용 애호가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까다로운 무용수의 이름을 외울 필요도 없고, 난해한 무용 이론이나 음악적 지식도 중요하지 않다.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깨어 있는 감각과 여유만 가지고 공연장을 찾아가보자. 정성스레 차려놓은 이 춤의 향연속에서 반드시 한두 편은 감성에 맞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글 _ 김주연
사진 제공 _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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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하고 월간 ‘객석’에서 5년간 연극담당기자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우리시대의 극작가(공저)’가 있으며 현재는 문화와 공연에 관련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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