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개관 기념 페스티벌 : 석 달간의 실내악 릴레이, 골라서 듣는 재미!
   



[ 2011년 10월호 ]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개관 기념 페스티벌
열려라, 음악의 보물 창고!

2011. 10. 5(수) - 12. 13(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예술의전당 음악당의 새로운 명소 IBK챔버홀이 10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개관 기념 페스티벌>을 연다. 총 48회에 걸쳐 독주, 소규모 앙상블(듀오, 트리오, 콰르텟, 퀸텟), 챔버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실내악 편성이 총망라되고 ‘실내악의 정수’라 할 만한 주옥같은 레퍼토리가 매일같이 홀을 가득 채운다.


무엇보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주자와 국내외 실내악 연주 단체들이 총 동원돼 석 달 가까이 릴레이 연주를 펼치는 모습은 앞으로 어디에서도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실내악에 애정과 관심을 지닌 관객이라면, 자신만의 테마에 따라 연주회를 골라 들으며 보다 특별하게 을 즐길 수 있다. 이를 테면 악기 편성별로 독주, 앙상블, 챔버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하나씩 골라 IBK챔버홀이 어떨 때 최적의 음향을 이끌어내는지 귀로 시험해봐도 좋을 것이다. 또는 관록 있는 중견 연주자와 패기 넘치는 신예 연주자, 스승과 제자, 어머니와 딸, 고전 실내악과 현대 실내악, 독일 실내악과 프랑스 실내악 등 연주자나 프로그램에 따른 테마를 정해 감상해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성악, 기악 독주… 아는 곡도 챔버홀에서 들으면 다르다
페스티벌의 오프닝 무대는 투명한 목소리의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신영옥이 장식한다. 10월 5, 6일 신영옥의 대표 레퍼토리인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수잔나의 아리아, 모차르트와 드뷔시의 가곡 등 챔버홀의 깨끗한 울림을 극대화시켜줄 곡들이 선택됐다. 챔버홀에서 아름다운 인성(人聲)을 좀더 감상하고 싶다면 소프라노 임선혜(10월 12일), 바리톤 서정학(10월 22일)의 독창회를 놓치지 말자. “고음악계 최고의 소프라노”라는 찬사를 받으며 르네 야콥스, 필리프 헤레베헤 등 원전연주 대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임선혜는 여인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낭만가곡들을 부른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과 오스트리아 빈 국립극장 무대에 선 한국 최초의 남자 성악가 서정학은 클래식부터 샹송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릴레이 연주에 가장 많이 출연하는 악기는 피아노. 총 11회에 걸쳐 피아노 독주회가 열린다. 10월 8일 지휘자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대진이 피아노 앞으로 돌아와 시적인 영감을 머금은 소품들을 들려주고, 다음 날인 9일에는 김대진의 애제자인 손열음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 올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준우승 이후 숨 가쁠 정도로 바쁜 연주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손열음은, 무거운 협주곡을 잠시 내려놓고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소품, 슈만 ‘유모레스크’등 작고 예쁜 곡들을 연주한다. 한 달 간격으로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 모녀 이경숙과 김규연의 연주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10월 17일에는 이경숙이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 ‘비창’,‘ 열정’,‘ 월광’을 연주하고, 11월 18일에는 김규연이 바흐 파르티타 제2번과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제7번 등을 들려준다.

유영욱(10월 24일), 박종화(10월 26일), 최희연(11월 2일), 김원(11월 15일) 등 중견 피아니스트들과 김태형(10월 27일), 조성진(11월 6일), 이진상(11월 16일) 등 젊은 연주자들의 독주회를 비교 감상해볼 수도 있다. 최희연이 연주할 진은숙 피아노 에튀드 1, 2, 4, 6번과 김원이 연주할 바르토크 ‘2개의 루마니아 댄스’는 평소 독주회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으므로 챙겨 들을 만하다. 바이올린 독주회도 8회에 걸쳐 열린다. 한국 바이올린계의 ‘영 우먼 파워’가 궁금하다면 클라라 주미 강(10월 13일), 김수연(10월 20일), 신현수(10월 25일)의 독주회를 놓치지 말자. 세 사람은 ‘콩쿠르 킬러’로도 유명하다. 클라라 주미 강은 2010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와 일본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 각각 1위, 김수연은 2006년 독일 하노버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1위, 신현수는 2008년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연주 실력은 물론이고 신세대다운 세련된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무대 매너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우연히도 클라라 주미 강과 신현수는 독주회 첫 곡으로 모두 비탈리의 샤콘느 g단조를 골랐다. 또래 연주자들 중 최고로 손꼽히는 두 사람의 개성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 귀로 느끼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한편 이들의 선배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10월 23일), 김지연(10월 28일), 이경선(11월 1일), 김현아(11월 7일), 백주영(11월 17일)의 독주회는 무르익은 음악성과 함께 뚜렷한 개성이 묻어나는 음악을 선사할 것이다. 이 밖에 첼리스트 송영훈은 바흐부터 피아솔라까지 다양한 성격의 첼로 레퍼토리를 들려주고, 더블 베이시스트 성민제는 ‘독주악기로서의 더블 베이스’가 지닌 매력을 소개한다. 평소 접하기 힘든 하프 독주회도 마련된다. 하피스트 곽정(10월 11일)이 헨델의 하프 협주곡 6번, 하이든 ‘하프, 플루트, 첼로를 위한 3중주’ 등을 연주하며 하프가 지닌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앙상블, 챔버 오케스트라 …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 창출하기를
그간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발전이 더딘 부분은 실내악이었다. 여기에는 하드웨어, 즉 실내악 인프라의 부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실내악이 발달한 유럽에 왕궁이나 귀족 저택의 응접실, 성당, 교회 등 실내악을 연주하기에 적합한 공간이 많았다는 점, 당대의 작곡가들이 이런 작은 무대를 위한 소편성 악곡을 많이 창작하고 연주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공연장은 대부분 여러 장르의 공연과 행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홀로 지어졌고, 홀의 규모도 불필요하게 큰 경우가 많았다. 이렇듯 실내악을 담을 아담한 공간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내악 작품은 잘 연주되지 않았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예술의전당에 IBK챔버홀이 들어서면서 앞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실내악 전용홀을 찾기 힘든 척박한 환경에서 어렵사리 명맥을 이어온 국내 실내악 단체들과 그동안 실내악에 목말랐던 독주자들은 벌써부터 이 무대에 오르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 기간 중에는 듀오(2중주), 트리오(3중주), 콰르텟(4중주), 퀸텟(5중주) 같은 소편성 실내악은 물론 바로크 협주곡 같은 대편성 실내악과 아기자기한 작품부터 웅장한 작품까지, 실내악이 가지고 있는 면면이 모둠요리처럼 펼쳐진다. 11월 9일과 11일에는 각각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이윤수, 김정은과 이용규가 짝을 이룬다. 한 대의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서 연주하는 연탄곡과 두 대의 피아노를 나란히 놓고 연주하는 곡은 듣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도 준다. 다음은 트리오 무대. 허트리오(10월 21일), 트리오 탈리아(11월 3일), 링컨센터챔버뮤직 소사이어티의 데이비드 핀켈·우 한·필립 세처 트리오(12월 13일)가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세 자매 허희정(바이올린), 허윤정(첼로), 허승연(피아노)으로 구성된 허트리오는 쇼스타코비치와 하이든 피아노 3중주곡, 트리오 탈리아는 마르탱과 쇼숑의 피아노 3중주곡, 데이비드 핀켈·우 한·필립 세처 트리오는 멘델스존과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곡을 연주한다. 10월 30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가 동료 연주자들과 함께 드보르작 피아노 3중주 ‘둠키’와 차이콥스키 현악 6중주 ‘플로렌스의 추억’을 들려준다. 실내악에서 현악 4중주도 절대 빠질 수 없다. 콰르텟 21(11월 5일),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12월 11일), 주피터 스트링 콰르텟(12월 12일)은 베베른, 라벨, 모차르트, 드보르작, 베토벤의 작품으로 현악 4중주의 매력을 한껏 발산 할 예정이다.



한편 주류를 이루는 피아노와 현악기의 향연 사이에 성악 앙상블과 목관 앙상블도 상큼한 샐러드처럼 끼어든다. 11월 8일에 여성 성악 솔리스트 앙상블 벨라보체, 11월 12일에 중후한 남성 성악 솔리스트 앙상블 이 마에스트리가 각각 유명 오페라의 듀엣곡 및 중창곡들을 들려준다. 아울로스 목관 5중주단(11월 4일)과 아이그룹(11월 14일)의 연주회는 목관 5중주곡을 집중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일반 음악팬들은 물론 목관악기 전공자들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11월 13일에는 금호아트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가 목관과 현악, 피아노 앙상블의 다양한 조합을 보여준다. 소편성 실내악에서 뭔가 허기를 느낀다면, 챔버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가보자. 홀을 꽉 채우는 소리가 포만감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일본의 히비키 스트링스(10월 7일), 커티스 온 투어(10월 9일 낮 공연), 서울바로크합주단(10월 10일), 화음쳄버오케스트라(10월 19일), TIMF앙상블(10월 29일)이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히비키 스트링스는 이번 무대에서 첼리스트 양성원과 짝을 이뤄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양성원이 “작은 홀에서 들을 때 특히 좋다”라고 강조한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도 감상할 수 있다. 미국 커티스 음악원 출신 연주자들이 만든 커티스 온 투어는 프로그램을 ‘올 말러(All Mahler)’로 구성했다. 챔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한 말러 교향곡 4번과 가곡 ‘젊은 나그네의 노래’가 눈길을 끈다. 국내 최고(最古)의 챔버 오케스트라인 서울바로크합주단, 93년부터 갤러리콘서트로 국내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온 화음쳄버오케스트라의 안정감있는 연주도 대편성 실내악의 묘미를 잘 살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TIMF앙상블은 현대음악에 특화한 단체답게 진은숙의 작품‘스내그스 스널스’를 연주한다.

‘어떤 공연장을 짓느냐’보다 더 어렵고도 중요한 것이, 거기에 ‘어떤 프로그램을 담아내느냐’일 것이다. 지금까지 숨가쁘게 열거했듯, 은 이 홀이 가지는 잠재력을 낱낱이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담고 청중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청중은 연말까지 챔버홀의 풍성한 울림과 아늑한 분위기를 만끽하기만 하면 된다. 만약 그곳에서 신선한 감동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IBK챔버홀의 존재 가치는 충분히 증명될 것이다.

글 _ 김소민
사진 제공 _ 예술의전당 음악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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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헤럴드경제’에서 사회부, 문화부, 엔터테인먼트부 기자로 일했다. 현재‘한겨레’신문 문화 섹션 객원 기자로 활동 중이며 각종방송매체 및 인쇄 매체를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예술이 인간을 위무하는 순간, 그 기적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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