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 Andante - 가을의 길목에서
   



[ 2011년 10월호 ]
 



가을이 하루하루 깊어갑니다. 온 세상이 가을 색으로 하루가 다르게 물들어가는 이즈음은 저물어가는 것들의 찬란함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깊은 가을의 새벽을 뚫고 당도한 전북 고창의 선운사, 그 앞을 고요하게 흘러내리는 도솔천의 물 위로 떨어진 단풍잎들이 저리도 곱습니다. 여름 내내 성성한 초록의 잎을 달고 수액을 빨아올리던 나무들은 이제 고요하게 단풍잎을 하나 둘 떨구며 스스로를 비우고 있는 중 입니다. 그런 게 어디 나무뿐이겠습니까. 해마다 가을이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고즈넉한 숲길에 서서 꿈과 욕망의 힘으로 무성했던 진초록의 숲을 걸어오던 때를 생각합니다. 그 길에는 헛된 욕망도 있었고, 부질없던 꿈도 있었겠지요. 계절을 건너가는 길목에서 고운 단풍잎 하나를 책갈피에 꽂습니다. 지나간 시간과 꿈을 가슴에 묻듯이….

글·사진 _ 박경일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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