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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페이지 내용 : PREVIEW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 특별전 치바이스齊白石 한국전사후 60년만의 귀한 첫걸음 7.31(월) - 10.8(일) 서울서예박물관 치바이스齊白石가 온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느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일생이 딸려 오기 때문이다. 하물며 다른 이도 아닌 치바이스다. 치바이스의 예술은 곧 치바이스의 삶이다. 그의 예술이 그의 삶을 데리고 오는 셈이다. 치바이스 예술의 위용은 이미 대단하다. 속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치바이스를 피카소와 견주어보자. 한때 경매시장에서 피카소의 낙찰가를 뛰어넘는 세계 최고가를 기록한 화가가 치바이스 다. 그가 세계 미술시장의 거물로 군림한 지 꽤 된다. 살짝 귀띔하자면, 이번에 서울을 찾는 그의 작품들에 붙은 보험가액이 무려 1천 5백여억 원이다. 솔깃한 말은 숫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생전에 피카소가 전한 메시지는 중국인을 으쓱하게 했다. “중국에는 치바이스가 있는데 왜 중국인이 파리에 와서 그림을 공부하는지 모르겠다.” 그뿐 아니다. 피카소는 치바이스의 그림을 숫제 따라 그려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BEAUTIFUL LIFE WITH SEOUL ARTS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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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페이지 내용 : 시골뜨기 목수에서 중국 거장으로 치바이스의 삶을 좇기 위해선 죽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방법 白壽 이다. 1957년, 백수 를 바라보던 그가 베이징에서 숨졌다. 장례식은 나라가 들썩이도록 요란했다. 맹렬 문인이자 열혈 정치가인 궈모뤄가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저우언라이 총리도 참석했다. 자국의 각료는 물 론 각국 대사관 인사들이 줄을 이었다. 세계평화평의회가 제정한 국제 평화상을 받은 한 해 전에도 궈모뤄와 저우언라이가 수여식에 참석했 으니 거장 치바이스에게 바치는 조국의 경하와 추모의 열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히 짐작된다. 하지만 의전儀典의 알짬은 다른 곳에 있다. 입관할 때였다. 치바이스의 관은 고향의 삼나무로 만들었다. 그는 거 기에 무엇을 넣어달라고 유언했을까. 자기 이름과 본적을 새긴 돌 도장 두 개, 그리고 서른 해 가까이 육신을 부축해준 주칠朱漆 지팡이 한 자 루. 그게 다였다. 미리 친필로 써둔 비명조차 짧디짧다. ‘샹탄湘潭 사람 치바이스의 묘’. 다시 묻자. 치바이스가 누구인가. 중국 미술사에서 청말민초淸末民初의 맨 앞머리를 장식하는 거장이 바로 치바이스다. 후난성 샹탄 출신의 시 골뜨기 목수인, 그의 굵은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향내를 맡 게 된다. 무엇보다 소박하고 다정한 촌로의 체취가 온 생애를 감싼다. 그의 스승이 타계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무 다듬는 일로 끼니를 잇 던 그가 글공부에 목말라 하자 조각칼 대신 붓을 쥐여주며 “네 실력이 면 그림을 팔아서 글을 배울 수 있다”라고 격려해준 스승이었다. 그는 스승이 칭찬한 자신의 그림들을 떠올렸다. 그중 스무 폭을 다시 정성껏 그렸다. 손수 표구한 뒤 상자에 넣어 영전靈前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그림들을 불에 태웠다. 세상 어떤 분향이 이보다 더 북받치고 도타 울 수 있겠는가. 어린 시절 치바이스의 집안은 설화적이라고 할 만큼 가난했다. 논 한 뙈기에 빌붙어 조부모와 부모가 더불어 먹고살았고, 산에서 나무를 해 내다 팔아야 겨우 입에 풀칠을 했다. 밥을 지은 지 오래된 아궁이에는 빗물이 고여 개구리가 뛰어놀았다. 치바이스는 소를 방목하며 쇠똥 줍 는 일을 도맡았다. 밭에서 토란을 캐어 쇠똥에 구워 먹고 들판의 나물 을 뜯어 먹으면서도 치바이스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책에 코를 박고 읽다가 나무하기를 깜박 잊기도 했다. 빈 지게로 귀가하던 날, 할 머니가 말했다. “내일 먹을 쌀이 없는데 네가 붓 한 자루로 배부를 수 있 겠느냐.” 서른 살이 넘어 치바이스가 초상화와 산수화를 그려 돈을 벌 게 되자 할머니는 다시 말했다. “솥에 글을 끓여 먹느냐고 했다만, 이제 네가 정말 그림을 솥에 넣고 끓이는구나.” 치바이스가 남긴 회고담의 白石老人自述 원제는 ‘백석노인자술 ’이다. 국내에 나온 번역서의 제목은 ‘치바이스가 누구냐’다. 이 책에서 그는 긴 술회의 운을 이렇게 뗀다. “가 난한 집 아이가 잘 자라 어른이 되어 출세하기란 진정 하늘에 오르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다.” ‘천상天上에 오르고픈 가난한 아이의 천심天心’이 라, 치바이스의 생애와 예술을 송두리째 열어주는 열쇠 말이 이것이다.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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