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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theme talk 01 Photo Andante - 간판의미학 전북 진안군 백운면. 흰 백(白), 구름 운(雲)이란 마을답게 장씨네 약국 지붕 위에 ‘흰구름’간판이 둥실 떴습니다. 길 건너 건강원 지붕에는 철판을 깎아 세운 염소 모양 간판을 노란 수세미꽃이 감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정육점을, 아들이 중기계 대여업을, 아버지는매사냥을하는가겟집의간판은한줄로사이좋게죽늘어서있습니다. 누구든 이 길을 지나게 된다면, 주춤거리며 차를 멈출 수밖에 없겠습니다. 눈길을 잡는 것은 ‘간판의 소란스러움’이 아닙 니다. 오히려간판의고요하고조용함입니다. 절규하듯사생결단식으로내걸린도시의간판과는격이다르지요. 간판을정 비한답시고 개성 따위는 아랑곳없이 획일화된 규격형 간판을 빼곡히 달아놓는 식의 폭력도 없답니다. 이곳의 간판은 조용 조용하면서참하고, 또순합니다. 구수한생선찌개냄새가번지는식당 ‘육번집’앞에동네어른들이총출동해떠들썩한윷 판을벌였습니다. 종일손님이없어파리만날리던 ‘대광철물점’의김씨아저씨도윷판에가세했습니다. 벼를문새가푸드 득 날아오르는 간판을 단 ‘풍년방앗간’에서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번집니다. 간결한 떡살무늬 간판을 얹은 ‘행운떡방앗 간’에서는고춧가루를빻는지털털거리는낡은기계소리가동네를울립니다. 방앗간에서나오는참기름병과고춧가루봉 지는아마도추석명절에찾아올자식들이바리바리싸들고갈짐보따리속에자리를잡겠지요. 글·사진 _ 박경일 (문화일보 기자) SEOUL ARTS CENTER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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