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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페이지 내용 : THEME TALK 발레, 내 인생의 단비 ⑤ 표정 짓는 팔, 말하는 등 발레를 좋아한다고 하면 대부분은 귀여운 보디랭귀지로 화답한다. 두 팔을 위로 둥 글게 그리는 자세를 취하며 ‘아, 이거?’ 이런 반응. 그럴 때마다 올라간 두 어깨를 손가 발레를 예술로 완성시키는 락으로 지그시 눌러주고 팔꿈치가 양옆을 향하도록 바로 잡은 뒤 팔은 더 위로 잡아 아름다운 포르 드 브라 당겨주고 싶다. 그렇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라는 기본적인 팔 동작 하나도 만만치 않 은 것, 그게 바로 발레다. 우아함의 비밀, 포르 드 브라 많은 이가 ‘둥근 해가 떴습니다’ 포즈를 걸음마만 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초보적인 무 용 동작으로 착각한다. 유치원 학예회에서도 등장하는 안무이니 말이다. 그런데, 말 그대로 착각이다. 일반인과 발레 무용수가 이 동작을 똑같이 취하더라도 그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인물 탓, 조상 탓을 하고 싶겠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이 동작마저도 우아하고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발레만의 ‘법칙’이 숨어 있는 것. 그것을 발레에서는 포르 드 브라port de bras라고 부른다. 발레 무용수들이 상체 움직임과 팔 동작을 말 할 때 쓰는 특별한 이름이다. 이렇게 따로 이름을 붙일 정도로 발레에서 팔 동작이 중 요한 부분이었나. 발레의 고난도 테크닉은 모두 다리 동작에서 나온다. 하다못해 ‘발레’라는 단어를 들 으면 ‘다리 찢기’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할 정도로. 하지만 발레 백조의 호 수에서 백조가 날갯짓하는 팔 움직임이 없다면 어떨까. 백조와 사람을 구분이나 할 수 있을까. 이쯤 되면 오딜(흑조)과 오데트(백조)를 구분 못 하고 잘못된 결혼 약속을 하는 지크프리트 왕자만 손가락질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백조의 호수에 출 연하는 여성 무용수들은 날갯짓에 작품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팔 움직임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포르 드 브라는 발레의 우아한 이미지와 작품의 완성 도를 결정하는 요소이자 서커스와 발레를 구분 짓는 중요한 잣대다. 팔과 등에 담는 이야기들 아름다운 포르 드 브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팔을 ‘발레답게’ 들고 서 있는 것부터 제대 로 연습해야 한다. 양팔을 뻗고 섰을 때, 어깨는 편안하게 내리되 팔 뒤꿈치가 아래쪽 으로 쳐지면 안 되고 뒤쪽을 바라봐야 한다. 이때 팔꿈치에서 손끝까지의 라인도 아 래로 쳐지지 않고 앞쪽을 향해야 한다. 어깨 위에 물방울을 톡 떨어뜨렸을 때 팔의 곡 선을 타고 손끝까지 자연스럽게 흘러내려야 한다. 직접 이 동작을 해보면 어깨가 내 려가는 순간 팔꿈치가 밑으로 쳐지고, 팔꿈치가 뒤를 바라보려는 순간 어깨가 올라 가거나 팔 라인이 아래로 쳐진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팔 하나 들기도 이렇게 쉽 지 않다니. 발레의 모든 팔 동작은 이것을 기본으로 만들어지고, 각각의 팔 동작과 어 울리는 시선이 추가되면서 포르 드 브라가 완성된다. 보통 팔 끝에 시선을 주는데, 시 선과 팔의 조화가 완벽할 때 비로소 발레가 된다. BEAUTIFUL LIFE WITH SEOUL ARTS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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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페이지 내용 : 팔을 제대로 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무용수들은 등의 견 로 표현된다. 발레 테크닉의 완성은 다리에서 나오지만, 발레 갑골을 체크한다. 견갑골은 어깨뼈라고도 부르는데, 등과 팔 가 예술로서 완성되기 위해서는 팔과 등으로 이어지는 포르 을 연결하는 역삼각형 모양의 뼈다. 팔을 제대로 움직이고 있 드 브라가 관건이다. 을 때 이 부분이 툭 튀어나오지 않고 평평하게 펴진다. 무용 수들의 연습복이 등이 훤하게 드러나도록 파여 있는 데는 다 오래전,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가 쓴 「뒷모습」이란 책을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뒷모습은 앞모습보 다 정직하구나. 뒷모습에는 미처 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가 숨 예술의 완성, 뒷모습 어 있구나. 무용수의 등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 훈련의 결과 피트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초콜릿 복근이 선망의 대상이 는 나이테처럼 지워지지 않고 그들의 등 근육 사이사이에 새 라면, 무용수들에게는 척추를 가운데 두고 아코디언 모양으 겨진다. 견갑골을 지그시 누르며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로 쫙 펼쳐지는 등 근육과 등뼈가 자랑거리다. 보통 무용수들 긴 라인으로 팔을 뻗어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향해 손짓하는 은 ‘등이 말을 한다’고 표현하는데, 앞모습뿐 아니라 뒷모습에 무용수들. 그들의 날개가 뻗어 있는 뒷모습에 잊히지 않는 긴 도 수많은 감정표현을 싣는다. 뒷모습을 보여야 하는 동작에 여운이 담긴다. 서도 발레 무용수들은 휙 돌아서지 않는다. 자신의 등 라인과 시선의 여운을 관객들에게 남겨주고 돌아선다. 죽어가는 백 글 이단비 조를 춤으로 표현한 작품 빈사의 백조의 경우, 무용수는 끊임없이 날갯짓하며 뒷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관객들 은 이제 막 숨이 떨어져 나가려는 백조의 마지막 몸부림을 통 필자 소개 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마주하게 된다. 이승에서 저승의 문턱 KBS를 시작으로 SBS, MBC를 거쳐 다양한 매체에서 방송작가로 활동 중이다. 발레를 비롯한 공연예술 다큐멘터리 제작과 집필에 매진하고 있으며, 발레와 을 넘어가려는 한 생명체의 미세한 움직임은 무용수의 앞모 무용 칼럼을 쓰면서 강연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습이 아닌 뒷모습으로, 다리가 아닌 팔과 등 근육의 움직임으 등 근육은 무용수들에게 수여되는 훈장 : 사진협조 신선미(서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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