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페이지 내용 : COVER STORY 모차르트가 오페라 마술피리작곡을 의뢰받았을 때, 그가 놓여 있던 상황이 이랬다. 빈의 흥행 사인 엠마누엘 쉬카네더로부터 요청을 받은 모차르트가 이를 흔쾌히 승낙해 작곡에 임했을 것이 란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해에 마술피리와 더불어 티토 왕의 자비, 마지막 피아 노 협주곡 27번, 클라리넷 협주곡, 호른 협주곡 D장조 등이 출판 계약을 맺게 됨에 따라 그의 경제 사정은 전보다는 점차 안정을 찾게 된다. 청중의 눈높이에 맞춰 마술피리를 기획하다 쉬카네더는 본인이 셰익스피어 극을 공연하는 배우이자 빈 교외 비덴에 위치한 프라이하우스테아 터의 감독이었다. 1787년에 문을 연 이 극장은 징슈필Singspiel(‘노래로 된 연극’이라는 뜻으로, 18세 기 후반부터 독일에서 큰 인기를 끈 민속적이고 서민적인 오페라. 독일어 구어체 대사와 노래를 풍부하게 사용했고 희극적인 주제를 많이 다뤘다.)과 마술 전문 공연장이었다. 쉬카네더는 이 극 장에서 공연할 오페라를 작곡해달라고 모차르트에게 자신이 직접 쓴 대본을 내밀었다. 타미노 왕 자가 유괴된 파미나를 구출하는 극의 줄거리는 소시민과 시민 계급이 대다수였던 당시 빈 청중의 취향을 간파한 쉬카네더의 기획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모차르트는 1791년 5월부터 마술피리작곡에 착수했다. 기록에는 그 이전부터 모차르트와 쉬 카네더가 식사를 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이를 보면 둘 사이에 마술피리와 관련 있는 내용이 일찌감치 오고갔을 가능성이 크다. 아내가 온천에 가고 없던 모차르트는 쉬카네더가 제공한 극장 옆 골방에서 작곡에 전념했다고 한다. 마술피리는 그해 7월 말 거의 완성됐다. 9월 28일에는 최후의 서곡이 모습을 갖췄고, 이틀 후인 30일 프라이하우스테아터에서 모차르트 자신의 지휘로 무대에 올렸다. 초연부터 성공이었다. 첫 5주간 20회나 공연됐고, 관객은 점점 늘어나 큰 호평을 받았다. 당시 파산에 직면했던 쉬카네더를 구했다는 얘기까지 전해진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무대 작품인 이 오페라는 1792년 11월까지 100회 공연을 넘길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모차르트의 탁 월한 음악은 쉬카네더의 각본이 지닌 태생적 결점을 초월해 최대의 걸작으로 그의 생애 최후를 장 식했다. 쉬카네더는 마술피리의 내용을 크리스토프 마르틴 빌란트의 동화 「룰루 또는 마술피리」에서 따왔다. 고대 이집트의 이시스와 오시리스 신전 부근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오페라에서는 프리메이 슨의 상징주의와 천진난만한 유머가 함께 펼쳐진다. 프리메이슨은 18세기 유럽에서 널리 활동을 전개했던 비밀결사다. 자유, 평등, 박애를 모토로 하는 이들은 평화로운 이상 사회 건설을 목표로 했다. 모차르트도 프리메이슨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프리메이슨 장송음악’, ‘작은 프리메이슨 칸타타’ 등 직접적인 단체명이 들어가는 작품도 남겼다. 마술피리에는 프리메이슨의 세 가지 모토를 상징하며 완전수로 여겨지는 숫자 3을 강조한 부분이 여럿 나온다. 세 명의 시녀, 세 개의 문, 세 개의 교훈, 세 개의 시련 등이다. 무대 배경에는 삼각형 피라미드가 자주 나오며, 시녀들은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