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콘서트> 9월 손님
김주원

도약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발레리나


무대와 객석이 함께 호흡하는 공간, 리사이틀홀에서 펼쳐지는 아티스트의 솔직담백한 인생담과 그 위에 선물처럼 얹어지는 예술적 성취. 바로 <토크&콘서트>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9월 무대의 히로인은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국립발레단 수석)이다. 무용수로서는 <토크&콘서트> 첫 타자이다. 발레리나가 아닌 인간 김주원의 모습을 무대에서 처음으로 보여준다는 설렘으로 가득하던 그녀.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던 지난여름 빗속에서 김주원과 마주앉았다.

<토크&콘서트>의 분위기는 독특하다. 언제나 그렇듯 리사이틀홀 무대에 오르는 이는 화려한 실력을 갖춘 아티스트. 하지만 객석을 충만하게 감싸는 것은 그의 연주만이 아니다. <토크&콘서트>에서는 오롯이 ‘사람’ 그 자체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다. 솔직담백한 ‘인생담’ 에 ‘예술적 성취’ 가 선물처럼 얹어진다. 9월 무대의 히로인은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이다. “무용인, 발레리나가 아닌 인간 김주원의 모습은 처음으로 보여드리는 거예요. 무대에서 제 인간적인 모습을 이야기하자니 설레고 무용수로서는 첫 타자이니 영광입니다. 2005년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 선생님 연주회 때 리사이틀홀 무대에 서본 적 있어요. 백조 아다지오를 췄죠. 객석이 무대를‘폭’안고 있는 듯한 느낌이어서 연주자와 친밀감을 느끼기에 탁월합니다. 그래서 무대에선 아티스트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도 무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대가 크지 않으니 화려한 클래식 작품을 하기엔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생상스의 ‘빈사의 백조’(안무 미하일 포킨). 죽어가는 백조의 애처로운 모습을 그린 발레 소품으로, 섬세한 감정이 응축된 한 편의 시와 같은 작품이다. “4분 안에 인생을 담아내니, 짧은 시간이지만 2부 전막 발레만큼이나 임팩트가 있어요. 함부로 덤빌 수만은 없는 작품이죠.” 그녀는 이제 서른다섯이 되었다. 내년이면 국립발레단 생활도 15년차 고참이다. 김주원은 이제야 발레리나로서 책임감을 갖고‘빈사의 백조’를 출 수 있다고, 아니 춰야만 하겠다는 용기를 냈다.

두 번째 작품인 피아솔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봄’(안무 신무섭)은 국립발레단 동료인 이영철과 함께 한다. “영철씨는 대기만성형 발레리노예요. 오랜 기간 발레단에 있었지만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 스타라기보다는 한 단계 한 단계 튼튼하고 건강하게 올라온 무용수입니다. 그래서 밑으로 떨어질 일도 없죠.”
발레리나에겐 같이 손을 잡고 무대에 설 때 안정감 있고 든든한 파트너가 최고인데, 이영철은 김주원에게 바로 그런 단짝이다. 남성적인 외모 뒤에 숨겨진 섬세하고 부드러운 표현감각을 이영철의 매력으로 꼽는다. 두 사람은 이번 무대에서 함께 탱고를 춘다. 사실 그녀는 10여 년 전부터 탱고에 푹 빠져 있다. 토슈즈를 신고 라이브 음악(바이올린 서민정, 첼로 이유정, 피아노 박소연)과 함께 하는 탱고라니, 벌써부터 그 강렬한 몸짓이 기대된다.

세 번째 작품으로 준비 중인 ‘The One’ (이정윤 안무)은 한국 무용가가 안무를 하고 우리 정서가 녹아있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만한 작품이다.“이정윤씨는 동갑이지만 제가 정말 존경하는 무용가입니다. 한국 무용계에서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이 작품은 저를 위해 만들어줬고 2007년 정동극장 아트프론티어 시리즈에서 초연했지만 무대에 올릴 때마다 깊어지는 느낌입니다.” 분위기가 전혀 다른 세 작품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순간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긴장과 흥분이 함께 전해진다.

그녀를 소개할 때면 이런 수식어가 등장한다. ‘뛰어난 두뇌, 호소력있는 연기, 아름다운 상체 라인’. 정작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상체 라인이 완벽하다’ 라는 찬사를 듣는 그녀지만 유독 날카롭게 도드라져 보이는 목과 팔꿈치뼈가 콤플렉스이다. 목 라인이 부드러워 보일 때까지 같은 포즈를 두 시간 넘게 연습하다 운 적도 있단다. 하지만 그런 콤플렉스는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최고’, ‘1등’이에요. 콩쿠르도 좋아하지 않아요. 예술인데, 누군가와의 경쟁은 있을 수 없어요.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내는 일이 있을 뿐이죠. 팬들이 ‘작년에도 봤지만 또 달라졌네요, 주원 씨의 한계는 어디에요?’ 라 해주는 칭찬이 가장 흐뭇합니다. 성장한다는 말이 좋아요. 항상 변화하고 성장하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습니다.”

그 변화와 성장의 키워드는 발레가 아닌 곳에서도 유효하다. 최근 그녀는 예술의전당 음악아카데미에서 ‘발레 감상과 마임 배우기’ 특강을 6주간 진행했다. 작곡가별 발레 작품을 함께 보며, 음악 속에서 이야기가 들리고 춤에서 음악이 들리는 발레 강의는 큰 호응을 얻었다. 몸으로 느끼는 감각이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들이 춤과 음악이라는 완성된 형태의 작품이 되는 과정에서 수강생들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을 서로 주고받았다.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며 그녀의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아졌다. 처음 출연하는 예능이 어울리지 않는 옷 같아서 고민했지만 춤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라 출연 결심을 했다. 예술가의 평생 숙제인 ‘도전’ 을 화두로, 이미 한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이 새로운 것에 뛰어드는 과정 자체가 감동이었다 한다.

9월에는 <지젤>로 지방 공연에 나서고, 10월에는 이탈리아 나폴리 산카를로 오페라극장에서 <왕자호동>을 춘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무대에 오르는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도 같은 달이다. 정말 바쁜 일정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서둘러 연습실로 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더 이상 붙잡을 수는 없었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더욱 궁금해지는 김주원 발레인생의 희로애락은 9월 리사이틀홀 무대에서 춤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출처 : 예술의전당 월간정보지 2011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