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끼니꾸 드래곤> 원작자·연출가
정의신

"나는, 정의신이다"


2008년 <야끼니꾸 드래곤>이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한국 사람은 일본 사람보다도 재일교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이 연극이 비록 큰 반응을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어떨지 의아하다는 이야기를 공연 전 들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반응이었다. 재일교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인지 공연 전체에 대한 반응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관객들이 재일교포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라기보다 이 연극의 테마이기도 한 가족 붕괴라는 측면에서 작품의 인물들에게 공감을 표한 것은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1970년대에 가족 붕괴가 급격히 이루어졌고, 그 시대 가족 붕괴를 직접 목격한 사람들, 즉 현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무대 배경이 되고 있는 1970년대를 보며 더 많은 공감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가족간의 결속력이 굉장히 강했던 한국 역시 10년, 20년 사이에 가족 붕괴를 겪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의 관객들도 똑같은 아픔들을 느꼈고, 그로 인해 작품에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야끼니꾸 드래곤>에 대한 일본과 한국 관객의 반응은 어떻게 달랐나. 특별히 한국 관객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장면이 있었나.
한국 관객들의 반응, 리액션은 일본 관객보다 굉장히 크다. 웃는다든지 운다든지. 또 하나 특이했던 점은 토키오가 자살하는 부분, 지붕에서 떨어지는 장면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었다. 일본에서는 ‘이끼오 노모’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것은 “헉” 하며 아무 소리 내지 못하는 반응이다. 한국에서는 토키오가 지붕 위에서 흔들릴 때부터 관객이 소리를 내기 시작해서, 토키오가 떨어질 때는 “꺄아” 하고 비명을 질렀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배우가 소리를 내는 것인가, 그렇게 지시한 적 없는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관객이 낸 소리라는 것을 알고 ‘아, 역시 뭔가 반응이 틀리다’라고 생각했다.

가장 다른 반응은 테츠오가 ‘북한으로 가겠다’라는 대사를 했을 때였다. 일본 관객들은 그 장면을 굉장히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반해, 대부분의 한국 관객들은 ‘저 사람 바보 아냐’라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일본에서 그 장면은 절대로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을 선택하는 재일교포들은 일본에서의 현실이 너무도 어렵고 절박하여 꿈과 희망을 가지고 북한으로 가려는 것이다. 시즈카는 다리를 절고 테츠오는 할 말을 다 하는 성격이다. 이 부부가 북한에 갔을 때 제대로 생활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걱정 때문에 관객은 절대 웃을 수 없다. 테츠오 역의 배우 역시 한국 공연 당시 관객들이 이 부분에서 웃는 것을 매우 놀라워했다. 그러나 웃거나 비관적으로 받아들이건 간에 굉장히 비참한 상황이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 부분이 무척 기억에 남았다.


작품 전반에서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따뜻한 유머로 감싸 전달하는데, 평소에도 재미있나? 유머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나?
아니다. 나는 평상시 어둡다(웃음). 그러나 굉장히 어두운 상황도 어떻게 보면 어두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보스럽고 웃긴 상황이다, 어두울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인간이란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그런 것을 좋아한다. 집필과 연출 과정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장면도 역시 사람 웃기게 하는 장면이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

마지막 장면에는 벚꽃이 하염없이 날리고, 바케레타를 보면 하얀 눈이 쏟아지면서 막을 내린다. 정의신 작품의 마지막에는 꼭 하늘에서 뭔가가 내려온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인데, 특별히 의미하는 바가 있나.
때로는 비도 내린다(웃음). 기상이라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벚꽃이 지든,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사람이란 그래도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런 점을 생각해볼 수 있겠고, 또 개인적으로 사라지는 것, 비라든지 눈, 벚꽃 같은 것을 좋아하는 측면도 있다.

당시 작품이 뒤늦게 입소문을 타면서 재공연 문의가 빗발쳤다. 3년 만에 같은 작품을 다시 양 국가에서 올리는데 2008년에 비해 달라진 면이나 강조되는 부분이 있다면?
배우와 스태프 모두 3년 전이랑 같은 작품, 같은 느낌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같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2008년 이후 3년이란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배우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먼저 재일교포 주원실 씨가 병으로 이번 작품에 참여하지 못해 다른 배우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특히 한국 여배우 두 명이 그간 결혼을 했고, 그로 인해 새로 생기는 관계, 새롭게 느끼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러한 새로운 측면을 염두하고 작품을 만들어가려 애쓰고 있다. 아주 농밀한 작품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20세기 소년소녀 창가집>에서 하루에나 <야끼니꾸 드래곤>의 용길이 모두 ‘좋은 날이 될 것 같은 내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비롯한 현실은 그렇지 않다.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좋은 날이 될 것 같은 내일’을 믿으며 사는 오늘이 내일도 계속되는 것인가.
반드시 내일은 좋은 날이 될 것이라고 믿는 오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도라고 해야 할까. 그런 희망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중요하다. 내일이 좋은 날이 될지 나쁜 날이 될지는 관객들이 생각할 부분이다. <야끼니꾸 드래곤> 마지막 장면의 용길이와 희순이 부부의 모습처럼.

어느 인터뷰에서 본인을 일본인이라 생각한다고 했는데, 중학교까지 ‘데이 요시노부’라 불리던 이름을 고등학교 때부터 ‘정의신’으로 고쳤다.
한국인으로서의 민족의식이 강해져서였다. 당시 시인 김지하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또한 ‘위법인의 강’이라는 영화에서도 인물이 자신의 이름을 한국 이름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영향을 받아 “나는 오늘부터 정의신이다”라고 강하게 어필하고 다녔다. ‘정의신’이라는 이름을 공표한 후 쭉 정의신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고향에서만 ‘테이짱’이라 불리고 있고, 나머지 모든 곳에서는 ‘정의신’으로 통하고 있다.

(출처 : 예술의전당 월간정보지 2011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