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역동적인 오페라 '투란도트'의 30대 연출가와 지휘자
최희준 & 장영아


2001년 이래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오페라를 선보여 온 예술의전당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친근한 만남을 가져온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 이어 올해 무대에 오를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리허설에 여념이 없는 연출가와 지휘자를 먼저 만나 그들이 펼쳐낼 10번째 보물상자를 들여다본다.

예술의전당 가족 오페라 <투란도트> 리허설 현장은 30대의 열정이 들끓는다. 연출가와 지휘자, 의상 디자이너,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 단원들 대부분이 30대다.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만드는 오페라는 뭐가 다를까. 제작진은 “의욕적이고 역동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휘자 최희준(37)은 “관습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것이다. 아주 열정적이고 젊은 오페라를 만들겠다”라고 작품 방향을 설명했다. 연출가 장영아(38)는 “20대에는 공부하고 경험을 쌓느라 바쁘지만 30대는 자기만의 빛깔을 낼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는 주로 40~60대 연출자와 지휘자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은 비교적 일찍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드레스덴 국립음대 최초로 지휘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최희준은 2006년부터 작센 주립극장 수석 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다. 인디애나대학 오페라 연출과를 졸업한 장영아는 지난해 가족 오페라 <마술피리>와 <호프만의 이야기> 등 굵직한 작품들을 연출했다. 

젊은 그림 플러스 젊은 음악
젊고 합리적인 두 사람은 오직 음악과 연출력으로 스태프와 출연자들을 설득시킨다.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일을 풀어나가기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밝다. 둥글둥글한 성격의 장영아는 “원래 화를 잘 안 내고 다 이해가 된다. 현장에서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예의바르고 겸손한 최희준은 “팀워크가 깨지지 않고 시기와 질투가 없는 좋은 리허설을 하면 최고의 오페라가 된다. 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여야 최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연출가는 그림(시각)을 생각하고 지휘자는 음악(청각)을 책임지기 때문에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연출이 극적 효과를 노리고 연기 시간을 늘리면 음악 흐름에 방해가 된다. 작곡가의 의도를 보호해야 하는 지휘자는 음악의 본질을 훼손하는 파격적인 연출에 거부감을 느낄 때도 있다. 반면 무대 세트와 성악가들의 위치에 큰 변화를 주고 싶은 연출가는 음향 조건 때문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일단 극단적인 갈등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장영아가 성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음악을 존중한다. 그는 지난 3월 광주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러 귀국한 최희준과 처음 만난 후 이메일과 국제 전화로 협의하면서 큰 의견 충돌 없이 공연을 준비해왔다. 

무대 위를 책임지는 장영아는 “일단 공연이 시작되면 연출자는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고, 극의 에너지는 전적으로 지휘자에 달려 있다. 나는 성악을 전공해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를 책임지는 최희준은 “연출자의 창조적 능력을 막고 싶지 않다. 장 선생님이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해 따뜻한 오페라를 만들 것 같다”라고 말하며 팀워크를 과시했다. 서로에 대한 칭찬은 한동안 계속됐다. 연배가 비슷해 공감대가 많은 편이다. 최희준은 “장 선생님은 섬세하고 인간적이어서 제작 현장이 원활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이 공유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 것”이라고 극찬했다. 장영아도 “최 선생님은 의지와 신념이 확고하고 추진력이 강하다. 정확하고 꼼꼼하고 치밀한 음악을 하는 분이다”라고 평가했다. 젊고 재능 있는 두 사람은 성악가들도 공정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지난 4월 29일 1차 오디션을 실시한 후 수차례 개별 평가를 거쳐 12명의 출연진을 결정했다. 독일에 거주하는 최희준은 동영상을 심사한 후 장영아와 캐스팅을 논의했다. 어떤 외압이나 학연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실력만으로 선발한 성악가들은 주로 이탈리아와 독일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중국 공주 투란도트 역할에 소프라노 김세아-조영주, 중국 황제 알툼 역에 테너 양일모, 몰락한 타타르의 왕 티무르 역에 베이스 최웅조-이진수, 티무르 아들이자 칼라프 왕자 역에 테너 이동환-윤병길, 타타르의 여자 노예 류 역에 소프라노 남혜원-노정애, 총리대신 핑 역에 바리톤 박찬일, 재무대신 팡 역에 테너 김승택, 주방대신 퐁 역에 테너 김병오, 하인 만다린 역에 바리톤 박영욱 등이 캐스팅됐다. 장영아는 “심혈을 기울여서 최고 성악가들을 뽑았고 모두에게 애정이 간다.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도 잘해서 관객들에게 최고 오페라를 선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희준도 “캐스팅이 정말 잘 됐고 유럽 음악의 진수를 그대로 국내 무대로 가져올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색다르게 꾸민 가족 오페라 <투란도트>
젊고 실력 있는 제작진답게 색다른 오페라 <투란도트>를 보여줄 계획이다. 비장하고 무거운 요소가 많은 대작 오페라 <투란도트>를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가족 오페라로 선보이는 것.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된 예술의전당 가족 오페라 <마술피리>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작곡가 푸치니(1858~1924)의 유작 <투란도트>는 사랑을 믿지 않는 중국 공주 투란도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목숨을 잃고, 정답을 맞히면 공주와 결혼할 수 있다. 장영아는 “푸치니가 바그너의 영향을 받아 음악이 무겁고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많아 가족 오페라로 만들 때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일곱 살 아들이 핑팡퐁 노래와 웅장한 합창을 좋아하는 것을 본 후에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최희준도 “공연 시간(2시간)이 너무 길어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투란도트 공주가 낸 수수께끼를 푸는 장면이 동화적이다”라고 호응했다. 오페라에서 신분을 감춘 왕자가 수수께끼를 풀지만 공주는 결혼에 응하지 않는다. 그러자 칼라프는 자기의 이름을 알아맞히면 생명을 내놓겠다고 제안한다. 칼라프의 문제를 풀기 위해 온 나라가 혈안이 된 가운데 칼라프를 사랑하는 시녀 류가 잡혀온다. 류는 모진 고문에도 왕자의 이름을 말하지 않은 채 사랑을 위해 단검으로 목숨을 끊는다. 그 숭고한 희생에 공주의 차가운 마음이 녹고 왕자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연출가와 지휘자는 이 작품에 담긴 사랑과 희생을 부각시켜 가족 오페라의 취지를 살릴 계획이다. 최희준은 “가족 붕괴가 심각한 요즘 사회에 류의 희생이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만 5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어린이들이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는 오페라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연출자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려고 일부러 스토리와 노래를 바꾸거나 유아적인 요소를 넣지 않을 생각이다. 장영아는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됐는데 어린이의 상상력은 무한대다. 오히려 유치한 어린이 공연을 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고차원적으로 풀어가야 아이들의 호기심과 집중력을 자극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가족 오페라처럼 이탈리아어 대사를 한국어로 번안하지도 않았다. 한국어로 성악 발성을 하면 가사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어 특유의 뉘앙스와 음악 요소를 살려야 <투란도트>의 가치도 훼손하지 않는다. 자막으로도 충분히 가사를 전달할 수 있고 오히려 집중력이 더 생길 수 있다는 게 제작진의 판단이다.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제작진이 만드는 무대는 미니멀하고 상징적이다. 중국 궁전을 고증해 복잡하게 짓는 게 아니라 계단과 왕좌만으로 꾸민다. 670석 규모의 중극장인 토월극장에 궁전을 너무 크게 지으면 오히려 답답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장영아는 “어줍잖게 궁전을 재현하면 오히려 없어보일 수 있다. 빈 도화지에 그림을 마음대로 그릴 수 있듯이 무대가 비어 있으면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무대는 최대한 모던하고 세련되게 표현할 계획이다. 중국 전통색인 요란한 붉은색 대신 차분한 검은색과 금색을 주로 쓴다. 부채춤과 칼춤, 깃발춤 등 중국 전통춤을 추는 무용단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인천오페라합창단과 연기자들이 전위적인 동작으로 스토리 전개에 필요한 감정을 전달한다. 장영아는 “최대한 군더더기를 없앤 무대를 통해 작품의 의미를 강렬하게 전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오페라 반주는 메트로폴리탄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연출가 장영아는 누구?> 
은광여고 재학 시절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비디오를 보고 오페라에 빠졌다. 어린이합창단으로 다진 노래 실력 덕분에 무난히 숙명여대 성악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노래보다 연출에 더 매력을 느껴 1996년 대학 졸업 후 국립오페라단에서 조연출로 일하다 6개월 만에 미국으로 유학갔다. 인디애나 대학에서 5년 동안 오페라 연출을 공부했다. 2000년 귀국 후 국립오페라단 무대감독으로 <오텔로>, <리골레토>, <라 보엠> 등에 참여했다. 또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의 <오텔로>, <리골레토>, <라 보엠>, <돈 조반니>, 도이치 오퍼 베를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등의 협력연출로 활동했다. 현재 경희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상명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지휘자 최희준은 누구?> 
단국대 작곡과 재학 시절 지휘에 눈떴다. 오케스트라가 같은 곡을 연주해도 지휘자에 따라 음악이 살고 죽는다는 것을 깨달은 후 지휘에 매력을 느꼈다. 지휘자가 열정을 가지고 단원들과 조화를 이룬 음악의 가치는 정말 경이롭다고 그는 말한다. 1998년 독일로 유학간 그는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지휘과에서 디플롬과 최고연주자 과정(Konzertexamen)을 마쳤다. 2003년 독일 전 음대 지휘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전원만장일치로 카라얀상(1위)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드레스덴 국립음대 개교 이래 최초로 지휘과 최고연주자 과정(Meisterklasse)을 졸업했다. 모든 학과 교수들이 동의해야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학위다.

(출처 : 예술의전당 월간정보지 2010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