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콘서트>로 나란히 무대에 서는
부부 아나운서, 손범수 & 진양혜


새해가 또 왔다. 잉꼬부부로 소문난 손범수, 진양혜 아나운서가 3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예술의전당에서 나란히 마이크를 잡는다. 리사이틀홀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기획공연 <토크 앤 콘서트>에서다.

기존의 <11시 콘서트>와 <청소년음악회>가 대규모 청중을 상대로 보편적인 경험의 폭을 넓히는 데에 주력해왔다면, <토크 앤 콘서트(Talk & Concert)>는 소규모 청중에게 살갑게 다가가 한층 특화된 시간을 선물한다. 마치 응접실에 손님을 초대하듯, 자신만의 세계를 이룬 음악가 한 사람을 무대로 초청해 조곤조곤 속 깊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라이브 연주도 감상할 예정이다. 장르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되 세미 클래식, 뮤지컬 등 대중적 음악까지 두루 포용한다. “연주와 더불어 그 연주를 위해 헌신했던 시간까지 돌아볼 수 있게 하겠다”는 두 사람은, 3월 13일 첫 콘서트 손님으로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초대해놓고 벌써부터 잔뜩 설레고 있다.


작고 따뜻한 무대를 꿈꾸다
“사실은 몇 년 전부터 우리끼리 구상했어요. 대학로 소극장을 1년쯤 장기 대관해서 이야기 콘서트를 열어보면 어떨까 하고요. 둘 다 음악을 좋아하니까 음악으로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었죠.”(진양혜) 이런 계획이 마침 작고 아기자기한 음악회를 기획 중이던 예술의전당의 행보와 맞아떨어져 <토크 앤 콘서트>로 탄생한 것. 한 해의 마지막 날까지도 각기 다른 장소에서 제야음악회나 시상식을 진행할 만큼 바쁘게 살아온 두 사람에게 음악은 좋은 공통분모이자 휴식처이다. 꽤 오래전부터 클래식 애호가들의 소모임에서 활동하면서 틈틈이 음악회 나들이를 해왔고, 지난 2006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조직위원회 및 프렌즈 그룹(후원모임) 멤버가 된 뒤로는 매해 고궁음악회의 사회를 함께 봤다.

두 사람이 음악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품기 시작한 것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범수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아버지가 사온 카세트 플레이어와 오페라 아리아 모음집 덕분에 음악과 가까워졌다. 고교 시절에는 교내 합창단과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하면서 음악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품기도 했다. 한때 전자기타를 배우고 밴드를 조직한 적도 있다. “대학생이 되면 꼭 대학가요제에 나가겠다고 다짐했었죠. 그런데 막상 입학한 뒤 밴드 멤버들이 하나 둘 흩어지면서 흐지부지됐죠.”(손범수) 그는 KBS에 입사한 뒤 방송 프로그램이나 음악 관련 행사로 갈증을 달랬다. 1993년부터 1994년까지 팝 전문가 김광한 씨의 뒤를 이어 ‘손범수의 팝스팝스’를,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생방송 ‘가요 톱10’을 진행했다. 한국 가요사를 대표하는 대형 가수와 세계적인 성악가들을 집중조명하는 ‘빅쇼’의 사회도 봤다.

진양혜 역시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피아노 소리에 맞춰 노래 부르며 자랐다. 애호가 차원에서 음악을 즐겨오다가 KBS에서 문화 프로그램들을 주로 맡다 보니 클래식 음악에 잘 어울리는 이미지라는 평을 들었고, 어느새 ‘음악회 단골 MC’가 됐다. “일로서 음악을 접하다가 점점 빠져든 경우예요. 하지만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는 건 경계하고 있어요. 제 색깔을 감춘 채 청중과 눈높이를 맞추고 음악이 주인공이 되도록 하는 게 사회자의 역할이니까요.”(진양혜) 올 한 해 동안 이들이 초대할 손님은 피아니스트 손열음(3월), 뮤지컬 배우 김소현(4월),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5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6월), 피아니스트 김선욱(9월), 하피스트 곽정(10월), 첼리스트 송영훈(11월) 등이다. 마지막 시간(12월)은 피아니스트 강충모와 이혜전을 초청해 아나운서 부부와 피아니스트 부부의 더블 데이트로 마무리한다.

사람들은 손범수와 진양혜 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자주 보고 싶어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부부 브랜드’를 내세우는 데 신중하다. 생활을 함께 하는 사이라 그런지 일터에 같이 있을 땐 아직도 어색하고 조심스럽다. 부모가 지켜볼 때면 아이들이 평소 잘하던 것도 긴장해서 실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롱런하려면 ‘부부 브랜드’를 남발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에는 소프트웨어가 너무 좋아서 함께 가기로 했어요. 절대 과하지 않게 음악가와 청중을 엮어주는 가교 역할만 하자는 게 우리 목표예요.”(손범수) 두 사람은 “토크가 있는 콘서트이긴 하지만 ‘토크’보다 ‘콘서트’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 거듭 강조했다. “토크를 해도 언론에 많이 노출돼 식상한 이야기나 ‘손열음’ 하면 ‘영재’, ‘콩쿠르’ 하는 식의 뻔한 이야기는 가능한 안 할 겁니다.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솔직담백한 인생담을 이끌어내려고 해요.”(손범수ㆍ진양혜)

인터뷰 말미에 두 사람은 준비 중인 깜짝 선물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4월 공연 때는 손범수가 초대손님인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오페라의 유령> 중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All I ask of you)’를 부를 계획이에요.”(진양혜) “제가 팬텀으로 변신하는 거죠. 이래 봬도 고등학교 때는 성악을 전공해보라는 권유를 받은 적도 있거든요. 이러면 너무 기대하시려나. 사실 남몰래 맹연습하고 있어요. 하하.”(손범수)

(출처 : 예술의전당 월간정보지 2010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