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로 도전하고 재능으로 마무리
바로크 음악 당대연주의 전령사,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2007년 우리는 그의 이야기에 눈물(‘라크리메’)을 흘렸고 2008년 나그네의 겨울 여행기(슈베르트 ‘겨울 나그네’)를 들으며 비올라 같은 고독을 느꼈다. 2009년 2월, 이제 그는 바로크 음악 당대연주의 전령이 되어 우리를 찾아온다.

지난 9월 독일 쾰른에서 세계적인 고음악 앙상블 무지카 안티콰 쾰른의 후신인 알테 무지크 쾰른과 녹음한 그의 4집 앨범 ‘미스테리오소’가 화제다. 도이치 그라모폰 산하 고음악의 명문 아르히프 레이블을 달고 발매한 이 음반에서 리처드 용재 오닐은 텔레만 비올라 소나타, 비버와 헨델의 파사칼리아, 다울랜드의 파반느, 코렐리 ‘라 폴리아’, 비탈리 샤콘느를 연주했다. 주목할 점은 그가 자신의 비올라에 거트현을 달고 바로크 활을 사용해 당대 연주 양식으로 연주했다는 사실. 이제 바로크적 감수성, 반복의 미학이 매혹적인 이번 음반의 연주를 무대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게 되었다. 2009년 2월 27일 4집 음반 발매를 기념하여 바로크 음악을 테마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비롯, 전국 투어를 갖는다. 이번 공연에는 레코딩에 함께했던 알테 무지크 쾰른의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음반에 수록된 곡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용재 오닐이 거트현을 장착한 비올라를 원전 활로 어떻게 연주하는지 눈으로 주목하고, 모던악기가 줄 수 없는 거트현의 따뜻한 울림과 신비로움에 귀를 열어보자.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리처드 용재 오닐은 인기와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자신의 모습을 변모시키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는 트렌디한 젊은 연주자의 최전선에 서 있다. 새로운 것에 용기로 도전하고 재능과 땀으로 마무리할 줄 아는 용재 오닐과 대화를 나눴다.

조반니 토노니 비올라에 거트현을 감아서 바로크 활로 연주했다. 예전에 스틸현을 연주할 때와 다른 차이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거트현으로 연주하는 것은 하나의 큰 도전이었다. 모던악기의 스틸현과는 달리 거트현은 정말 명칭 그대로 양의 창자로 만들어진 줄 하나에 불과했다. 거트현을 장착하고 연주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어려웠는데, 특히 높은 포지션을 연주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손가락 아래의 현이 쉽게 미끄러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직접 해 보니 원전악기로 연주하는 모든 당대음악 연주자들에 대한 새로운 존경심이 우러났다. 거트현의 소리, 그 음색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뭐랄까. 따뜻하면서도 매우 독특하다. 이 음색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 나의 비올라는 사랑하는 애인과 같기 때문에 그 기분도 알 수 있다. 거트현과 내 악기와의 조화는 아름다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단순히 거트현의 연주 방법론을 떠나 실제 당대연주(원전연주)를 할 때의 어려움이나 생소했던 점이 있었다면?
"그동안 모던 연주자로의 모습을 다져왔지만 음악의 새로운 분야를 알기 위한 시도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은 쇤베르크, 베베른, 베르크와 신고전주의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그리고 존 존John Zorn 등 미국의 아방가르드 작곡가의 작품에 집중해왔다. 오늘날의 음악을 공부하고 연주하다 100년이 넘는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초기 기악 작품으로 대상을 옮겨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전통과 세부사항이 음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우리는 바로크 음악에 대해 50년 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바로크 음악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는 훌륭한 앙상블도 많이 존재한다. 제미니아니의 논문을 통해 꾸밈음, 박자의 서열, 아티큘레이션의 법칙, 통주저음의 해석 등을 이해하게 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 음반 작업은 나에게 굉장한 경험이었으며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면서 느끼는 그 시대 음악만이 줄 수 있는 매혹은 무엇인가?
"나는 시각예술과 음악의 유사점을 떠올리며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현재 휴대전화, 인터넷, 원자력, 우주비행의 시대에 살고 있다. 300-400년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오늘날의 음악 역시 곡이 탄생한 배경 또는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조금씩 색채를 바꾸어 다가오는 반복의 아름다움, 꽃이 만발한 정원을 산책을 하는 듯한 아름다움, 그리고 화려하지만 복잡하지 않고 명쾌한 대위법을 구사한 점도 바로크시대 음악만의 매력이 아닐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면서 홀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추억이 있다면 들려 달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대가 바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다. 월튼 비올라 협주곡을 연주했던 기억과 앙상블 디토의 공연에 대한 추억이 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 세종 솔로이스츠, 길 샤함, 지미 린과 함께 처음으로 그 곳에 섰던 기억도 생생하다. 예술의전당에서의 연주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작년 여름 콘서트홀에서 앙상블 디토와 1일 2회 공연을 했던 때이다. 앞선 지방 공연들과 리허설 등으로 모두가 매우 피곤한 상태였고 나는 동료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와 함께 지휘자 방을 대기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나는 의자에 쓰러지다시피 해 잠들었고 스테판은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었다. 깨어났을 때 다른 디토 멤버들은 우리가 파자마 파티라도 하고 나온 것처럼 쳐다봤다. 재미난 기억이다."

(출처 : 예술의전당 월간정보지 2009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