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무대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서혜경


놀라운 힘과 역동적인 연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 피아니스트 서혜경은 음악적 전성기에 근육파열과 암이라는 큰 시련을 겪으며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다. 그러나 그녀는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2008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재기무대에서 인고의 열정이 담긴 연주로 뜨거운 박수와 찬사를 받았다. 2009년 2월, 그녀가 아이들과 가족들에 대한 사랑, 달콤한 꿈과 같은 위로와 안식을 담아 좀더 성숙해진 음악으로 다시 한번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밤과 꿈Night and Dream’이라는 서정적인 이름으로 낭만주의와 인상주의를 아우르는 음악을 펼쳐낼 피아니스트 서혜경을 미리 만나본다.

많은 무대에 서 오셨는데요, 예술의전당 무대가 주는 어떤 특별한 느낌이 있으신지요. 또 예술의전당 연주회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습니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협연이나 독주무대를 여러 차례 가졌습니다. 제가 링컨센터나 카네기홀과 같은 외국의 유명 공연장에서도 연주를 했지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음향과 시설을 자랑합니다. 암을 이겨내고 2008년 1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과 3번을 연주했던 재기무대가 가장 잊혀지지 않는 무대입니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과 3번은 스케일이 크기도 하지만 라흐마니노프의 모든 역량이 발휘된 곡이라 더욱 어려운 곡입니다. 악기의 각 솔로파트들이 분리되어 가는 과정의 표현이 무척 어렵지만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암과의 힘겨운 사투는 인생을 돌이켜보며 진지한 자세로 음악에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게 닥쳐온 어려움을 모두 이겨내고 다시 설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 시도가 바로 예술의전당 무대입니다."

수술 후 변한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예전엔 항상 1등만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생활과 인생관에도 변화가 생겨 가끔씩 뒤를 돌아보고자 하는 여유도 생겼고 마치 완행열차를 타고 구름과 꽃을 바라보며 여행을 하듯 여유롭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암투병은 긴 여정이었지만 돌아보면 저를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었던 여유가 생긴 것이 무엇보다 달라진 점입니다."

음악 말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하고 싶은 일도 많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할 수 없었던 자전거 타기나 여행에도 관심이 생겨 시간이 나는 대로 실천해 보고 있습니다. 요즘엔 새삼스레 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일과 중이나 여행 중에도 책을 읽으며 지냅니다."

피아니스트 서혜경에게 피아노란 어떤 존재인가요?
"예전에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요즘은 너무나 쉽고 명확히 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피아노란 물과 공기처럼 생존의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근육파열이나 암수술과 같은 피아노를 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겪고 나서 피아노에 대한 저의 열정은 더욱 확고해졌고 소중해졌습니다. 앞으로도 ‘피아노에 의한, 피아노를 위한, 피아노의 서혜경’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재기 공연 이후 단독 독주회무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첫 재기무대와는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요, 어떠신가요? 어떤 연주를 들려주고 싶으신지요.
협연이 아닌 독주로 갖는 첫 무대라 기대가 큽니다. 피아노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저의 음악적 목표입니다. 제가 경험한 인생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소리와 저의 모든 테크닉이 발휘된 폭 넓고 다양한 피아노의 소리를 관객 여러분께 들려 드리고 싶고 그런 음악으로서 들으시는 분들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는 그런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는 ‘꿈을 꾸는 자들은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선곡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꿈)’나 고난을 겪은 후 깨닫는 삶의 소중함을 투영하는 존 필드의 ‘야상곡’,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드뷔시의 ‘어린이의 세계’와 같은 천진난만한 소품들과 아름다운 사랑이 가득한 삶을 누리자는 의미로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뱃노래’ 등 낭만적이고 편안한 곡들을 연주하려 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임산부들께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유명 피아니스트 서혜경의 모습 이전에 한 사람의 어머니로서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고 그것이 바로 ‘엄마의 마음’이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임산부 여러분들이 저의 음악을 통해 소중한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의미에서 편안하게 들으실 수 있는 곡들을 골랐습니다. 태교에도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장에서 임산부들, 또 어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손잡고 제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면 참 뿌듯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2009년 일정과 계획에 관해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새해 가장 큰 스케줄은 독주회입니다. 오는 2월 12일 예술의전당 독주회를 시작으로 부산, 대전, 울산, 대구 등 지방 도시를 순회하면서 연주할 예정입니다. 이후 3월에는 UN에서의 연주, 5월 링컨센터 독주회, 플로리다, 캐나다 등지에서의 협연, 대구에서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전곡 협연, 유럽에서의 라흐마니노프 전곡 녹음 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출처 : 예술의전당 월간정보지 2009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