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무대에 서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어린 시절 연주자 대기실 입성이 꿈”


내한한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도맡아하며 ‘리즈 콩쿠르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피아니스트 김선욱에게도 예술의전당은 꿈의 무대였다. 예술의전당과 동갑내기인 그가 그곳에 처음 발을 디딘 때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디딘 곳은 무대가 아닌 객석이었다. 어머니가 마련해준 표를 들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마치 제 집 안방인양, 매일같이 출석하던 그의 모습은 이미 프로 연주가가 된 지금도 종종 객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입장권은 스스로 해결한다. 가끔은 훌륭한 연주를 듣고 난 뒤 앙코르도 듣지 않고 휑하니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그의 모습이 목격되곤 한다. 자극을 받은 그 발걸음은 언제나 연습실로 향하고 있다.

“그 시절에는 콘서트홀 출연자 대기실을 가보는 것이 평생소원이었어요. 무대에 서는 연주가로서요.”

바로 그 대기실의 주인이 되고 싶었던 어린 콘서트고어의 꿈이 실현된 것은 2001년 울산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에서였다. 그러나 리즈 콩쿠르 이후 첫 공연이었던 2007년 KBS교향악단과의 협연은 그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유료관객 2위에 오르면서 더욱 특별한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이 콘서트를 시작으로 그는 지난 한 해에만 라디오 프랑스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부다페스트페스티벌오케스트라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국내에서 개최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를 거의 독식하다시피 했다. 늘어난 레퍼토리만도 엄청나다. 파가니니 랩소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브람스 협주곡 1번, 베토벤 협주곡 4,5번을 그는 무대 위에서 습득하고 공부한 셈이다. 이번 개관기념 공연을 위해서는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을 연습 중에 있다. 그 짧은 기간을 고려할 때 어느 피아니스트에게나 대단히 벅찬 분량이지만 김선욱은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그 빈도와 중요도만으로 따져보면 어지간한 신인, 혹은 초입의 중견처럼 여겨지지만, 본인은 강력하게 부인한다.

“저는 아직도 회사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 같은 느낌이에요. 아니면 갓 입학한 초등학생이든가. 콩쿠르는 제게 많은 선물을 안겨주었지만, 지금은 콩쿠르를 준비할 때보다 훨씬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 할 때거든요. 콩쿠르에서는 누가 듣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객관적인 연주를 만들어야 하지만, 한 명의 독립된 연주가의 입장이 된 지금은 나만의 음악을 찾아야만 하니까요. 콩쿠르보다도 더욱 힘들고 고달픈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2의 도약을 위해 김선욱은 현재 해외 진출을 위해 활발하게 노력중이다. 지난해 가을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치른 런던 데뷔 공연은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객석은 물론 합창석까지 꽉 채울 정도로 관객들이 들어차 전체 2800석이 매진된 로열 페스티벌 무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연주한 김선욱은 이들로부터 3차례의 커튼콜을 포함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날은 객석 분위기 또한 범상치 않았다. ICM, IMG와 더불어 공연예술계 굴지의 매니지먼트사로 꼽히는 아스코나스 폴트의 아티스트 매니저는 물론 런던 필의 예술감독이자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이사가 김선욱의 연주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공연 전날에는 음반사 EMI 클래식스의 스카우트 담당자가 그의 리허설을 참관했다. 그만큼 세계 클래식계는 김선욱을 진지하게 주시하고 있었으며, 다행히 그 결과는 호의적이었던 듯싶다.

지금까지도 리즈 콩쿠르와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의 부상으로 유럽과 홍콩 등지에서 콘서트를 가지고 있었지만, 올해 김선욱은 국내보다 해외 공연에 더 큰 비중을 둘 예정이다. 3월에 있을 BBC 필하모닉과의 협연을 제외하면 올해 그의 모습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볼 기회는 이 공연이 유일하다. 이는 예술의전당 개관 기념 콘서트라는 명분과 더불어 이 공연을 꼭 봐야만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런던에서 다시 한 번 독주회를 하게 될 예정이고, 뉴욕, 파리, 뱅쿠버, 로테르담 등에서 공연이 확정되었어요. 거의 다 새로 개척하는 도시들이지요. 국내에서는 이렇게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지만, 아직도 나아가야 할 길은 멀고도 멀다는 걸 실감합니다.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는 것이 저를 도와주고 또 좋아해주신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출처 : 예술의전당 월간정보지 2008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