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무대에 서는 소프라노 신영옥
“사람들이 있어 따뜻한 공간”


“그럼요. 예술의전당은 이제 세계적인 공연장이에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에서 활동 중인 성악가들에게도 정평이 나 있답니다. 예전에 그곳에서 콘서트를 가졌던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라든가 안젤라 게오르규는 콘서트홀 울림이 좋다고 극찬을 했어요. 아직 한국을 방문하지도 않은 라몬 바르가스조차 예술의전당을 알고 있고,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요.”

인터뷰 서두부터 신영옥은 예술의전당 칭찬에 정신이 없었다. 본인이 개관 기념 공연의 주인공인지라 단지 격식을 차린다고 생각하기에는 제시하는 증거들이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클래식을 좋아하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 성악가들의 이름을 거론하는 신영옥의 목소리는 자부심에 가득 차 있었다. 모국에 이렇듯 내세울 만한 공연장이 있다는 건, 타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음악가들에게 분명 큰 힘이 되긴 할 터였다.

소프라노 신영옥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처음 선 것은 1992년의 일이다. 1990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데뷔 이후 2년 만이었는데, 이마저도 실은 늦춰질 뻔 했다. 메트 데뷔 성공으로 인해 세계 오페라 극장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고 있던 신영옥은 국제 커리어에 욕심을 내며 국내 데뷔를 계속 미루었다. 이런 그녀를 애써 설득하여 불러온 것은 그녀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아주 강한 분이셨어요. 고국 팬들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꼭 독창회를 열어야 한다며 공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셨죠.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고국 데뷔는 해외 무대보다도 더 긴장됐어요. 무대 뒤에서 머리를 만지며 벌벌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하지만 동시에 그 누구보다도 어머니께 내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무대이기도 해요.”

어머니와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신영옥에게 이 공연은 그래서 한층 더 각별하다. 그녀의 어머니는 이 리사이틀을 마지막으로 보고 세상을 떴다. 메트 데뷔 전, 그리고 예술의전당도 미처 완공되기 전, 신영옥은 어머니와 함께 공사중인 예술의전당을 둘러보며 가슴이 부풀었다고 한다. 국내 최초의 콘서트 전용 공연장이 완성되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아직 무명이었던 신영옥은 언젠가 그 무대에 서는 꿈을 키우며 자신을 단련했다.

최근 그녀는 프랑스 오페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외에서 주로 무대에 서는 작품도 비제, 구노 등 프랑스 작품과 바로크 오페라가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뉴욕에서 전화를 받으면서도 그녀는 한참 구노의「로미오와 줄리엣」악보를 공부하고 있었다. 오는 3월과 4월, 그녀는 볼티모어에서 이 작품을 공연할 예정이다.

“내 목소리는 프랑스 레퍼토리에 잘 어울리는 편이에요. 내 목소리는 그리 드라마틱하지 않고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편이거든요. 「라크메」라든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프랑스 오페라 또한 그리 강하지 않고 나긋나긋하면서도 색채감과 뉘앙스가 풍부해서 제 목소리와 궁합이 잘 맞아요.”

아직도 많은 이들이 흰옷에 피를 잔뜩 묻히고 광란의 아리아를 부르던 신영옥의 메트 데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 어쩌면 우리는 그녀의 진면목을 아직 모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그녀가 선호한다는 레퍼토리들은 한국에서는 실연으로 보기 힘든 작품들이다. 이러한 프랑스 오페라를 앞으로 새롭게 개관할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소개하는 것은 신영옥의 희망사항이자 사명감이기도 하다. 개관기념 콘서트를 위해서도 「루살카」중 ‘달의 노래’라든가, 레이날도 앙의 ‘날개가 있다면’ 등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작품들을 선별했다.

예술의전당의 어떤 점이 좋은지를 물어보자, 그녀는 뜻밖에도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해외 공연장은 모든 시스템이 정확하게 돌아가는 반면 너무 딱딱하고 차가운 감이 없지 않아요. 하지만 예술의전당은 갈 때 마다 사람들의 온기와 열정이 느껴져서 노래를 할 맛이 납니다. 그처럼 친절하고 부지런한 스테프는 전 세계 어디를 돌아다녀도 찾아볼 수 없을 거에요. 예술의전당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언제나 고마워하고 있어요. 그분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따뜻해져요.”

(출처 : 예술의전당 월간정보지 2008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