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정서와 정통을 지닌
세계속의 한국 현대미술작가 임충섭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세계속의 한국현대미술①뉴욕展」을 11월 16일(금)부터 12월 21일(금)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세계 미술의 중심지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뉴욕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한국작가들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뉴욕미술계에서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은 중진작가 9명과 동시대 미술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예작가 10명의 작품을 통해, 세계 무대에 도전하고 있는 한국현대미술의 성취와 희망을 보여줄 것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중 한국현대미술의 발전에 기여한 작가 임충섭을 만났다.

그 시절에 미국에 유학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당시 상황을 말씀해 주세요.
"당시 팝아트가 세계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뉴욕이 더욱더 세계 미술 중심지로서의 지위를 강화하고 있었어요. 세계 미술의 중심지에서 작업을 해 보고 싶은 꿈을 지니고 있던 차에 은사들의 권유로 용기를 내어 뉴욕에 가게 되었습니다. 미술관에 부설된 유일한 미술학교인 뉴욕 브루클린뮤지엄아트스쿨에서 공부했습니다. 참 좋은 곳이었는데 10년 전 쯤에 없어졌어요."

뉴욕미술계에서 작가로 활동한다는 것이 어떠했는지?
"민병옥 선생님에 의하면 사실 초창기에는 생존 자체가 시급한 문제였다고 하던데요? 부두노동, 화장실청소, 접시닦이 등 안한 일이 없어요. 그러면서도 작업한 작품들을 갤러리와 미술관 등을 찾아다니며 내 작업을 알리려고 애썼죠."

지난 40년 동안 뉴욕미술계에 진출한 한국작가 수는 양적으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현지에서 어떤 인식의 변화가 있나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현대미술이 급부상했어요. 사실 예전에는 아시아 작가들 중에서는 한국작가들과 일본작가들이 인정받았어요. 요즘에는 상황이 많이 바뀐거죠. 정치, 경제적으로 중국이 차지하는 위치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요."

매년 수많은 작가와 학생들이 뉴욕으로 유학을 가는데, 야망과 기대에 찬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뉴욕은 현대미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도시입니다.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뉴욕이 세계의 수도로서 지니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장점들이 작가들에게는 작업을 위한 영감을 끊임없이 제공합니다. 물론 파리나 런던 같은 유럽의 도시들이 오랜 기간동안 쌓여 온 문화적 전통을 통해 영감을 줄 수 있지만, 현대미술을 창작하고 소통하기에는 뉴욕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출품하신 작품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이번에 출품한 작품은 <타레>라는 작품인데, 실을 이용해서 특정공간에 맞도록 제작한 설치작품입니다. 나는 실이라는 작업단위가 현대미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무브먼트였던, 미니멀아트와 통하는 조형언어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릴 때 동네 어귀에서 석양에 실을 말리는 광경을 본 적이 있어요. 그 자체가 너무나 아름다운 조형물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 이게 현대미술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매우 한국적인 전통과 정서를 담은 작품인데, 이런 점이 국제무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나요? 소통에 장애가 되나요? 아니면 새로운 미적 자극으로 받아들이나요?
"‘요하네스버그 비엔날레’에 이와 비슷한 작업을 출품했었어요. 그 때 서양인들이 마치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미술에서 느낄 수 있는 미적 감동을 준다고 말하더군요. 내가 사용하는 실과 베틀 형태의 조형은 우리 문화에서 나온 것이지만, 조형언어라는 점에서는 미니멀아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실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조형언어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거죠."

한국적 정서와 전통을 지닌 작가들이, 뉴욕이라는 세계무대에서 국제적인 흐름을 접하며, 어떤 독창적인 미적 세계를 창조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려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그런 점에서 임충섭 작가의 작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출처 : 예술의전당 월간정보지 2007년 12월호)